[기자수첩] 끝나지 않은 이태원 참사, 너무 이른 ‘정치의 복귀’

시사1 박은미 기자 |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가족의 시간도, 사회의 책임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정치의 시계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되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최근 복당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6·3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을 염두에 둔 행보다. 당 지도부는 복당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법적으로는 아직 확정된 결론이 없다. 박희영 구청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형사 책임의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책임은 법정 판결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특히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라면 더 그렇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전 관리 체계가 총체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비극이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를 앞두고 복당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정치적 책임은 어디까지이며, 그 책임을 묻는 시간은 충분히 흘렀는가라는 질문이다.

 

더구나 참사 이후 박희영 구청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1주기 행사 불참, 추모 시설물 철거 논란 등은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사회적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복귀 논의가 먼저 등장한 셈이다.

 

정치는 법의 판단과 별개로 국민의 감정과 도덕적 기준 위에 서 있다. 특히 참사와 관련된 공직자라면 더 엄격한 잣대가 요구된다. 법적 무죄가 곧 정치적 면책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 정치가 수차례 경험해 온 교훈이다.

 

국민의힘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 자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계산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참사와 관련된 인물의 복당과 공천 문제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정당이 어떤 책임 윤리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는 아직 우리 사회의 현재다. 정치가 그 비극보다 먼저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면, 그 속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