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이유로 한 금리 동결, 더 신중했어야 했다

시사1 김기봉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배경으로 환율을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히며,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올라선 점을 동결 판단의 핵심 변수로 설명했다.

 

환율 불안이 통화정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 이번 결정은 환율에 과도하게 정책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환율 변동의 상당 부분이 대외 요인과 일시적 수급 요인에 기인하는 상황에서, 금리 정책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 역시 환율 상승 요인의 4분의 3가량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국내 요인은 4분의 1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현재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대외 요인이 통화정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점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기준금리를 정책 완충 장치로 활용하는 접근은 금리 정책의 본래 목적과 역할을 흐릴 수 있다. 물가 안정과 경기 상황을 중심에 둬야 할 통화정책이 단기 환율 흐름에 지나치게 민감해질 경우,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모두 약화될 수 있다.

 

더욱이 환율 수급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개선 신호가 없지는 않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꾸준히 출회되고 있고, 대기업의 외화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수급이 일방적으로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개인 투자자의 달러 매수와 해외 투자 확대 역시 반복되는 패턴으로, 정책 대응보다는 시장 관리 차원의 접근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총재가 “연말 수급 안정화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대목 역시, 현재의 환율 불안이 구조적 위기 국면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은 환율 방어에 앞서 중장기 물가 흐름과 실물경제 여건을 보다 냉정하게 점검하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

 

금리 동결 자체가 반드시 잘못된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근거가 환율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정책 메시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은이 환율 변동성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모습은 향후 시장에 ‘환율이 흔들리면 금리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도 있다.

 

통화정책은 단기 시장 불안에 대응하는 수단이 아니라, 경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최후의 기준선이다. 환율이라는 변수를 의식하되, 그 영향과 성격을 보다 정교하게 구분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지금 한은에 필요한 것은 방어적 선택이 아니라, 정책 원칙에 대한 보다 분명한 기준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