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대미 투자 연 200억달러 집행과 관련해 “절대로 기계적으로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과도한 불안 심리에 대한 중앙은행의 명확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시장 기대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이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 수준에 대해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시각과 국내 인식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수 해외 IB는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초반 수준으로 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환율 급등이 구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국내에서만 원화 가치 붕괴론이 과장돼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기대 심리가 환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환율 상승 기대가 외화 수요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총재가 “현재 환율은 달러인덱스(DXY)와 비교해 기대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 온 대미 투자 자금의 외환시장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금고지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금통위 차원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할 방식의 자금 집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미 투자 계획이 곧바로 외환시장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해석을 차단한 셈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이창용 총재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 과정에서 환헤지를 확대하거나 외채 발행을 활용하는 방안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수익률 중심으로 운용돼 온 만큼,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 제기다.
이는 국민연금의 수익성 훼손 논란과 맞닿아 있지만, 이 총재는 환율 급등이 초래하는 경제 전반의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봤다. 개인과 기관의 합리적 선택이 거시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인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창용 총재의 이번 발언은 환율을 둘러싼 과도한 비관론에 제동을 걸고,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한은의 역할과 원칙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시장 기대가 환율을 좌우하는 국면에서 중앙은행의 ‘언어 정책’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도 들린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