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력’ 강화…LG전자의 프리미엄 모니터 전략 눈길

시사1 장현순 기자 | LG전자가 AI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운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 ‘울트라기어 에보’를 선보이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쟁 구도가 ‘패널 스펙’에서 ‘온디바이스 AI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히 해상도와 주사율을 높이는 경쟁을 넘어, 모니터 자체가 그래픽 처리와 콘텐츠 최적화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 재편 신호 = LG전자가 ‘울트라기어 에보’를 별도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분리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보급형과 고급형으로 양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5K·OLED·미니 LED 등 고급 패널에 AI 기능을 결합한 전략은 가격 경쟁보다는 차별화 경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 대만·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LG전자가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형·초고주사율 수요 노린다

 

52형 울트라기어 에보에 21:9 화면비와 240Hz 주사율을 동시에 적용한 점은 ‘PC 게이밍의 거실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콘솔과 PC 경계가 흐려지면서, 책상 위 모니터를 넘어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고사양 게임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LG전자는 이 시장을 선점해 TV와 모니터 사이의 틈새를 공략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 GPU 의존 줄이는 전략…하드웨어 한계 넘어선다 = 울트라기어 에보의 핵심은 PC 성능에 대한 의존도를 낮췄다는 점이다. 기존 고해상도·고주사율 게이밍 환경은 고가의 GPU 업그레이드가 필수였지만, LG전자는 모니터 자체에 AI 업스케일링을 적용해 5K급 화질을 구현했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체감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PC 부품 가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디스플레이가 성능 보완 역할을 맡는 구조는 시장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AI는 비용 절감이자 락인 효과 = 온디바이스 AI는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장기적인 수익 구조와도 연결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개선과 사용자 경험 축적은 브랜드 락인 효과를 강화한다. 향후 구독형 서비스나 콘텐츠 연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드웨어 판매 이후에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 ‘패널 제조사’에서 ‘경험 제공자’로 = 울트라기어 에보는 LG전자가 디스플레이 제조사를 넘어 ‘게이밍 경험 제공자’로 포지셔닝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AI가 화면과 사운드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은 소비자의 기술 장벽을 낮추고, 프리미엄 제품의 대중화를 가속할 수 있다. 고급 게이밍 시장에서 LG전자의 이번 선택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