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박은미 기자 |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아직도 정치권을 짓누르고 있다. 1년이 지난 같은 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뒤늦은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국회 안팎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이었다. 정말 사과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책임을 피하려는 말의 기술만 남은 걸까.
사과의 순간조차 메시지는 엇갈렸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이던 바로 그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계엄 선포를 “의회 폭거에 맞선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입으로는 반성과 책임을 말하면서, 다른 입으로는 계엄의 정당성을 두둔하는 모습. 반성의 ‘의지’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흔들리는 ‘계산’이 더 크게 보인 것.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 말미도 아쉬움이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 몰이가 사태를 키웠다는 식의 언급은, 결국 사과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사과의 본질은 자기 책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인데, 회피성 문장이 끼어든 순간 진정성은 힘을 잃었다.
더 큰 문제는 사과의 주체가 돼야 할 사람들, 이른바 ‘친윤계’ 핵심 인사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파면되고 내란 혐의까지 받는 상황에서, 그 곁을 지키던 인물들은 침묵하거나 책임을 분산시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때 약속했던 “정치적 책임 회피는 없다”는 말은 이미 정치적 기록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다. 스스로 물러나는 용기, 조직의 명운을 걸고 혁신을 시작하려는 실질적 조치다.
정치권이 여전히 ‘내란 프레임’에 갇혀 서로를 탓하는 동안, 헌정 질서가 입은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다. 책임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지금 국민이 기다리는 것도 바로 그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