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해졌다. 전날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다. 대표적 반미(反美)국가인 이들 3국의 밀착 행보는 자유민주주에 정면 도전할 것이란 우려도 낳았다.
한반도 안보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태평한 모양새다. 4일 여야 지도부 회의를 보면 그 누구도 북중러 3국 정상이 모인 소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 키워드는 검찰개혁·특검·민생회복·AI산업·국정원·해킹방지 등이었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키워드는 정치보복·특검·노란봉투법 등에 그쳤다. 민주당은 이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순 있다. 정책조정회의 성격이 원내지도부 주도로 정책 현안을 다루는 점에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얘기가 다르다. 새 지도부 일원 모두 정부여당과 특검 수사를 향해 비난만을 쏟아냈다. 북중러 3국 정상이 모인 후 다음날 지도부 회의에서 이 소식이 다뤄지지 않은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해당 소식을 갈음했을 뿐이다. 보수정당의 강점인 ‘안보’가 옅어지고 있음이 노출된 점에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지금 국민의힘 모습은 앞서 장동혁 대표가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밝힌 “혁신하고 이기는 정당”인지도 의문이다.
안보 앞에 당리당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안보 전선은 튼튼해질 수 있다. 누차 반복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어느 때보다 안보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럴 때일수록 여야는 초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