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웅장 교수 “중독은 질병, 치료 강화하기 위한 획기적 정책전환 필요”

“마약중독은 질병...누구든 치료받을 수 있어야 ”

 

 시사1 신옥 기자 | 시사1은 범죄예방에 전문가이자 범죄심리학과 초빙교수인 윤웅장 교수를 만나 마약중독 예방에 대해 들어보았다. 

 

윤 교수는 前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국장, 현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초빙교수, 세계중독예방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독 예방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드러나지 않은 중독자들이 훨씬 많은데 이들을 치료 받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기에 이 부분을 시급히 개선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마약과 관련해서 처벌과 치료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마약 중독은 질병"이다며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전환이 필요하고, 마약 중독 1·2·3차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마약중독 예방 정책은 대부분 형사사법 절차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단속되지 않은 마약 사용자의 자발적 치료를 위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공중보건의학의 1·2·3차 예방 개념이 중독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차 예방은 건강한 사람에게 중독의 위험을 알리고 노출을 막는 교육·캠페인 단계, ▲ 2차 예방은 중독 물질에 노출되거나 초기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을 조기 개입으로 회복시키는 단계, ▲ 3차 예방은 이미 심각한 중독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단계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3차 예방은 형사사법제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되지 않은 대부분의 중독자에 대한 정책이 매우 부족하다.

 

윤 교수는 “마약 사용자가 수사기관에 입건만 되면 어떤 형태로든 치료적 개입을 하게 되지만, 이는 범죄가 드러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며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은 마약 사용자 수가 공식 통계의 30~40배에 달한다고 보고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에 대한 치료정책의 공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4년 기준으로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용자가 약 1만 1천 명인데,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33만 명 이상이 중독 상태일 것으로 본다"며 "이들 중 32만여 명은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중독자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므로 누구든지 적절한 치료와 재활의 기회를 받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자발적 상담과 치료로 연결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치료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경찰 수사와 형사재판과정에서만 치료가 병행되고 있어, 실제로 중독 문제를 겪는 이들이 스스로 찾아가 도움받기는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그는 “전국 17개 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 지부에서 상담, 치료재활이 진행되지만, 아직은 홍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치료 체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통합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약 중독의 예방과 상담 및 치료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식약처와 복지부, 교육부, 지자체가 모두 따로 움직인다"며 "현재 정책 체계는 컨트럴타워 부재"라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중독 예방과 상담, 치료재활은 정책의 지속성과 서비스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철저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마약중독 예방교육, 상담, 치료재활을 할 수 있는 기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마퇴 중독재활센터 17개,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중독관리통합센터 60여 개,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 500여 개, 중독재활시설 등 중독 관련 민간법인 수십 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각 주관부처가 달라 서로 유기적인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또 "지역 사회에서 이러한 기관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하려면 시청, 군청, 구청 등 기초자치단체가 관할 지역의 중독 관련 기관들을 모두 아우르는 정책을 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가 직접 지역사회 중독 기관들을 연결하는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에 역할을 맡기는 정책이 있어야만 효과적 중독정책이 가능"하다며 "현재와 같이 각 부처가 제각각 자기 소관 기관을 통해서 좁은 영역의 중독 사업을 한다면 드러나지 않은 수십만 중독자 치료와 수백만 학생, 시민 예방교육은 제대로 운영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50:50으로 예산을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족하나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모든 시, 군, 구에 설치되어 정신질환 서비스 체계가 갖추어진 것을 보라"며 "자치 단체에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서는 중독정책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과 기준에 대해선 “예방 교육을 몇 명 했느냐, 상담을 몇 건 했느냐가 정책성과가 되어버리면, 진짜 변화를 위한 정책추진은 어렵다"라고 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정책성과를 양적 수치로만 측정하는 점도 비판했다. 중독에서의 진정한 변화는 회복자들의 삶의 회복이며, 이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인데 약물중단률, 약물 비사용률, 재활과정 참여기관, 단약 유지기간, 재발률 등 실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중독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지표들이 중독정책의 성과평가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회복자와 가족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며 "실제로 중독자를 만나본 적 없는 공무원들이 실적을 기준으로만 사업을 설계하니 본질을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중독예방협회의 역할과 비전에 대해선 "세계중독예방협회는 1·2·3차 예방을 아우르는 실질적 프로그램 운영과 인력 양성, 정책 제안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지역 단위 본부 운영, 자치단체와의 협력, 중독자 접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법 개정이 쉽지 않지만, 정책 시범사업을 통해 성과를 입증하고, 식약처 등 정부 부처와 함께 제도화 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다며 "시민사회와 회복자들이 함께하는 중독 대응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독은 단지 상담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이고, 중독자를 끝까지 붙잡아 줄 수 있는 현장 인력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는 "길을 열어야 하고, 우리는 그 길을 준비해야 한다"며 "세계중독예방협회는 중독자의 회복을 단순한 ‘복지’가 아닌 ‘사명’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사회가 중독 문제 앞에 더는 방관하지 않고, 근본적인 전환을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