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샤라포바(28, 러시아, 세계 랭킹 7위)가 올해 호주 오픈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샤라포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그는 이 자리에서 중요한 발표(Major Announcement)를 하겠다고 8일(이하 한국 시간) 밝혔다.
샤라포바는 AP통신을 비롯한 언론들에 "올해 호주 오픈에서 약물 테스트를 받았지만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호주 오픈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이 확인된 물질은 멜도니움이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올해 1월 1일부터 멜도니움을 금지 약물 목록에 올렸다. 멜도니움은 심장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로 선수들의 부상 회복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효능이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에 따르면 "그동안 적지 않은 선수들이 부상과 컨디션 회복을 위해 멜도니움을 복용했다"고 보도했다.
WADA는 샤라포바에게 지난해 12월 22일 멜도니움이 금지 약물 목록에 추가됐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그는 "메일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샤라포바는 검은 옷을 입고 기자회견에 나타났다. 그는 "내 경력을 끝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내가 경기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며 은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말 큰 실수를 했다. 팬들을 실망시켰고 내 스포츠(테니스)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샤라포바는 멜도니움을 2006년부터 복용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유전인 당뇨를 치료하기 위해서 복용했다"고 말했다.
샤라포바는 국제테니스연맹(ITF)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샤라포바는 9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리는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 BNP 파리바 인디언웰스 오픈 불참을 선언했다. 이유는 왼쪽 팔꿈치 부상 때문이다.
샤라포바는 2004년 16세의 나이에 윔블던 정상에 올랐다. 이후 4개 그랜드슬램(호주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5번 우승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개인 통산 600승 고지에 오르는 업적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회 8강전에서 '천적' 세레나 윌리엄스(34, 미국, 세계 랭킹 1위)에게 졌다.
샤라포바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여성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11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실력은 물론 뛰어난 스타성까지 지닌 그는 지난 10년 동안 여자 테니스 흥행을 이끌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