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통한 자연과의 대화

[서평] 다이앤 애커맨의 '새벽의 인문학'

 

새와 동물, 하늘, 기상 등 사계절의 새벽을 맞는 자연의 다양한 측면들을 샅샅이 탐구한 책이 눈길을 끈다.

시인이자 수필가이면서 자연주의자인 다이앤 애커먼(Diane Ackerman) 쓰고, 홍한별 변역가가 옮긴 <새벽의 인문학>(반비, 2015년 1월)은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 새벽에 일어나는 다양하고 놀라운 순간들을 디테일하게 기술했다. 특히 새벽을 주제로 신화, 과학, 역사, 예술, 자연 등의 세계를 넘나들은 산문 마흔 편 남짓을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저자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을 이야기하다가 해박한 지식과 무한한 공감능력을 동원해 확장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하게 되지만 볼 수 있으려면 해가 지평선을 넘어서 쏟아져야만 한다. 해는 모든 사물에 빛의 방점을 찍고 우리 눈에 걸쭉한 노란 양분을 쏟아 붓는다. 다만 인간은 너무 바삐 사느라 자연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산다고 저자는 강조하다.

빙빙 도는 해, 달, 별들. 구름의 예언, 재잘거리는 새소리, 영롱하기 피어나는 이끼, 달그림자와 이슬, 늦여름에 다가오는 가을의 징조, 폭풍이 밀려오기 직전 속살거리는 공기, 바람에 떨리는 나뭇잎, 동틀 녘과 해질 녘,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오래된 힘에 따라 무심히 살다보니 변화하는 시기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새벽은 자기 시간대, 자기 기후로 세상을 덧칠하는, 석화된 숲과 잠자는 미녀들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얼어붙은 이슬로 단단해진 마른 잎 유령의 손이 되고, 사슴은 숲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돌아다니며 먹이가 녹기를 기다린다. 우리의 삶은 거대한 괄호의 일부인 새벽은 삶과 물질세계의 깊숙한 화랑이 손짓할 때 살아서 죽음에 저항하는 세상으로 우리를 부른다. 그러고 나서, 어두운 방 안에 불을 켠 것처럼, 자연이 또렷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자신의 모습, 유령 같은 손, 지나온 세월의 고운 앙금까지도.” -서문 중에서-

새벽녘에 자연 속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인간 자체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존재, 체액, 살, 영혼 모두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에게 스며들고 우리에게서 흘러넘치고 우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눈을 감고 있는 상태라도 해돋이가 부드럽게 뇌에 신호를 보낸다. 뜨는 해가 몸 안의 24시간 주기를 조율하며 건강의 합주를 돕는다(중략)...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잠을 자는 짐승들은 세상만사 아무것도 모르고 태평하다. 포식돌물은 새벽에 가장 좋은 수확을 올린다. 사람들도 적이 잠에 빠졌을 때 급습을 하거나 새벽에 중요한 전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요가에서 해맞이 자세는 힌두교의 태양신 수리야에 대한 숭배로 시작한다. 수리야는 금빛 팔과 머리카락을 가졌고, 무지개 일곱 빛깔을 상징하는 일곱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새벽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신이다. 고대 영웅들은 동틀 녘에 수리야에게 바치는 찬가를 부르며 종일 적을 무찌를 힘을 구했다.” -본문 중에서-

어두운 무력감 속에서 아직 희망이 있음은 죽음에서 살아나 다시 마주하는 새벽이 있기 때문이라는 옮긴이의 후기의 의미가 되새겨지기도 한다.

이 책이 현대인들에 주는 교훈은 풍부하고 호소력 넘치는 한 편의 산문이라는 점과 순간을 최대히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자연이 보여주는 매일의 기적에 눈을 뜨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교육자이자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을 졸업하고 코넬대학에서 미술전문석사와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 천개의 사랑 > < 감각의 박물관 > < 뇌 문화지도 > < 미친 별 아래의 집 > <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 < 내가 만난 희귀동물 >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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