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을 세우려는 조광윤의 구상은 실로 백성을 위한 조치였다.
사실상 의창은 백성에게서 거두어들여 다시 백성에게 쓰는 구제행위였다. 역대의 황제들은 흉년에 이재민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의창을 설치했다.
그러나 지방관리들은 그것을 구실로 삼아 백성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을 강요했고 좋은 취지의 일은 탐관오리에 의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송태조 조광윤은 세상의 물정과 인간의 본성을 깊이 통찰하고 의창의 폐단에 대해 분석했다. 만일 흉년에 대비한 비상식량 비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백성의 각성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다.
백성은 눈앞에 재해가 없는 것만 보고 내일을 내다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강요한다면 또한 지방관리들에게 이용되어 필연코 사리사욕을 꾀할 것이다. 의창의 설치는 옛날부터 잡음이 많았고 사욕에 의해 뒤틀렸기 때문이다. 과연 의창을 설치하라는 조령을 내렸더니 주현 관리들은 여전히 백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968년(태조9)에는 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전 4년간은 날씨가 좋아 국고가 충분히 비축되었기 때문에 조광윤은 주현 관리들이 의창을 이용해 백성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966년(태조7) 3월에는 이미 설치했던 의창을 폐지하기로 했다.
조광윤은 백성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좋은 취지에서 의창을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주현의 관리들이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의리도 저버리고 쥐새끼처럼 기회만 있으면 세금을 과다하게 부과하여 갈취함으로써 백성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고 결국은 화근을 불러일으켰다.
의창이 또 다시 부패한 관리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장소로 전락되었기 때문에 조광윤이 이를 철거시킨 것도 올바른 처사였던 것이다.
“최대의 화근은 관리들이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었고, 최대의 죄는 관리들이 탐욕스러운 것이었다.” 요즘 자주 방영되는 주요 공직자 임명을 앞둔 공청회를 보고 있자면 마치 권한 가진 자들이 과연 누가 많이 치부했는가 하는 경쟁을 보는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남의 나라 일만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