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황권(皇權) 강화를 위한 ‘중앙집권제’ 확립 <03>

제1절 황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노력들 (03)

▶ 이균(李筠)의 반란을 예측하고 그의 아들에게 경고하다

 

송태조 즉위 초기에 후주의 절도사 이균이 반기(叛旗)를 들었다. 조광윤은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이균의 아들 이수절이 변경(汴京)에 왔을 때 그는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태자(太子)께서 어떤 일로 오셨는가?」

조광윤은 이수절을 ‘태자’라고 부름으로써 이균이 따로 나라를 세우려 하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당황한 이수절이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말했다.

「폐하께서 어찌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분명히 나쁜 자들이 아버지와 폐하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조광윤이 웃으면서 말했다.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말씀을 전하시오. 지난 시기 내가 황제가 아닐 때는 그가 무엇을 하든지 상관할 바 아니지만, 이제는 내가 황제가 되었으니 아버지더러 좀 양보하라고 하시오.」

여기에서 조광윤은 담소하는 가운데서 아주 자연스럽게 황제의 위엄을 보여 주었다.

 

▶ 넓고 두터운 마음으로 위엄을 세우다

 

오월왕(吳越王) 전숙(錢俶)이 조례(朝禮)에 참석하러 처자를 거느리고 변경(汴京)에 왔을 때 송태조 조광윤은 많은 은상을 하사하고 두 달간 체류하게 했다. 신하들이 그를 억류하여 오월국을 피를 흘리지 않고 평정할 것을 제의했으나 송태조는 오히려 그를 일찍 오월국으로 돌려보내면서 떠날 때 전숙에게 노란 보자기를 주며 당부했다.

「가는 도중에 풀어보도록 하시오.」

돌아오는 길에 전숙이 보자기를 풀어보았을 때, 그 속에는 신하들이 그를 억류할 것을 요구하는 상주문(上奏文)들이 여러 건 들어 있었다. 전숙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이후부터 매번 정무를 볼 때마다 그는 말했다.

「서북에 신(神)이 내린 도읍이 있네. 황제의 위엄은 지척을 어기지 않으니 어찌 감히 조용히 있지 아니하겠는가?」

조광윤은 이로써 무력이 아니라 넓고 두터운 마음으로 무형의 위엄을 과시했다. 이로부터 알 수 있다시피 권력을 튼튼히 유지하기 위해 송태조 조광윤은 유연하고 온화한 방법으로 권력의 안정적인 기틀을 성공적으로 실현했고 점차 황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필요한 위엄을 차근차근 세워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