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성우, 이론서 절박했다."

[인터뷰2] 최초 성우이론서 '성우개론' 낸 김석환씨와 감수자 박형욱씨

 

“예술이라는 단어는 예와 술의 합성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예술은 반드시 행위자가 그 예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더불어 그 가치를 위해 일정수준의 기술적 완성도를 얻어낼 때에만 얻어질 수 있는 가치라는 뜻이다. 성우의 음성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성우는 예술가이다.”

최근 펴낸 <성우개론>(형설출판사, 9월)의 저자 성우 김석환씨가 강조한 말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녹음 스튜디오에서 이론서 <성우개론>의 저자 김석환 씨(KBS성우공채 32기)와 감수자 박형욱씨(KBS성우 공채 24기)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난해 12월 감수자 박형욱씨도 말솜씨보다 표현능력을 강조한 <말하지 말고 표현하라>(처음북스, 2014년 12월)를 내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 김석환은 지난 2014년 한국PD대상 성우 내레이션 출연자상(26회)을 탔고, 감수자 박형욱씨도 올해 한국방송대상 성우 내레이션 부문상(42회)을 타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인물들이기에 시청자들에게는 친숙하다.

 

평소 저자와 감수자가 KBS에서 녹음작업을 한 스튜디오로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는 자체가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성우개론> 저자 김석환씨가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자연스레 얘기를 했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우선, 성우역사가 길게 잡아 80년이다. 그리고 그 80년간 성우공채시험의 경쟁률은 수백대일이었다. 그 말은 곧, 성우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문제는 그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성우 지망인들이 제대로 성우에 대해서 공부를 했느냐면 그렇지 못 한 것이 사실이다. 음성표현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무언가 체계적으로 배울 기본 텍스트를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저자는 80년 성우역사에서 개론서가 없어 절실함을 피부로 느꼈다고도 했다. 그래서 평소 고민을 직접 해결에 나섰다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체계적인 커리큘럼의 확립이나, 음성표현의 전문이론을 완성하는 측면에서도 개론서의 존재는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를 들자면 음성표현 전문가인 성우를 꿈꾸는 이들에게 철학적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그 일이 어떤 깊이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첫 발을 디디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또 그 직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볼 때 그 모두가 이론이나 학술서의 존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감수자 박형욱씨는 성우가 예술가이면서 전문가라는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예술이라는 단어는 예와 술의 합성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예술은 반드시 행위자가 그 예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더불어 그 가치를 위해 일정수준의 기술적 완성도를 얻어낼 때에만 얻어질 수 있는 가치라는 뜻이다. 예컨대 우리가 물이 아름답게 흐르는 것을 보면서 그것을 예술이라 말하지 않지만, 감동을 주는 연주나 연기나 몸짓이나 그림, 영화를 보고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모두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성우의 음성표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또한 예술을 말 해야만 예술성을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우가 하는 음성표현의 예술성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를 저자에게 물었다.

“예술적 가치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찾고 싶다. 첫 번째는 성우의 음성표현은 다른 직역들을 대비해 보면 매우 정교하다는 특징이 있다. 성우는 태생적으로 라디오 음성표현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음성표현 이외에 분장 의상 표정 등의 비언어 등에 기댈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정확한 음성적 표현으로 원고가 가진 모든 감정을 혼란 없이 명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된 거의 유일한 직역이다. 두 번째는 청취자의 마음에 재시각화를 하는 능력이다. 성우의 음성표현은 청취자의 감성에 다시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는 그 자체로서 그 어떤 표현예술 집단에서도 하지 못하는 영역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상당하다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예술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는 감동이라고 할 수 있다.”

 


성우들이 엄청난 전성기와 침체기 등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또한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감수자 형욱씨는 해결책은 '미래지향적인 신인성우 선발에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선 성우의 전성기는 그 능력의 탁월함으로 인해 온 거라 볼 수 있다. 타 직군 대비 음성표현 능력이 월등했다. 라디오, 영화, 더빙, 광고 등에서 그 이상의 표현능력을 가진 직군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월등했고, 또 인적 구성수준도 탁월했다. 침체기는 위에서 말한 그 모든 월등함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신인성우 선발을 하지 못했고, 조직문화 개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매우 크다. 그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우개론>을 집필하면서 생각나는 에피소드를 저자에게 물었다.

“감수를 맡아 주신 박형욱 선배와 매우 많이 격렬하게 싸웠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쟁을 벌였는데, 그 모든 것을 참아내고 인내해 준 선배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너무나 훌륭하게 인내하며 방향을 잡아 줬다. 그리고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신 김종성 선생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이날 저자와 감수자는 이구동성으로 <성우개론>을 통해 성우를 음성표현전문가로, 예술인으로 봐 줬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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