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과 작가의 인격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한 국내 예술가 127인을 조명한 사진집이 감동을 준다. 작품은 작가의 얼굴이고 인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 ‘한백원 갤러리’에 열린 최영실 화가와 류병창 수사의 천주교 인터넷 선교방송 콜베 후원 ‘평화와 참함’전에서 독일 이민 2세 독일인 펠릭스 박(Felix Park)을 만났다. 독일에서 전시기획가로 활동하다 지난 3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와 예술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년 전인 ‘갤러리 자작나무’에서 그가 펴낸 책 <베를린 아트>를 받고 내용을 소개한 글을 썼고, 전화도 가끔 했던 그였기에 반가움이 앞섰다.
이날 펠릭스 박은 또 한 권의 책을 전해줬다. 바로 국내 예술가 127인을 만나 촬영한 사진집 <아티스트, 그 예술적 영혼의 초상. ARTIST, PORTRAIT OF THE AESTHETIC SOUL>(재원출판사, 2014년 3월)이다. 모처럼 하드커버로 된 책을 받아 느낌이 좋았다.
국내 입국한 후인 지난 2010년 말부터 올 초까지 촬영한 사진집에는 그림, 사진, 조각, 조형,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의 인물 사진과 작품들을 각각 한 컷에 담았다. 물론 작가가 원하는 작업실이나 전시장, 박물관 등을 선택해 자연스레 촬영했다고.
270여 쪽의 지면을 장식한 예술가들의 각각의 지면은 작가명, 활동분야, 촬영장소, 촬영년도 순으로 기록돼 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한 작가 모두를 펠릭스가 촬영한 것은 아니다. 고 송수남 작가, 고 이두식 작가 등 7명의 작가를 제외한 120명은 확실히 펠릭스가 촬영한 작품이다. 팔순을 훌쩍 넘긴 박서보 선생과 김창열 선생의 모습도 보인다. 다정한 친구 최영실 화가의 모습도 보이고, 무용가인 홍윤선 전 리틀엔젤스단장이 추천해 전시기사를 쓴 박승예 작가도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펠릭스는 이 사진집을 통해 보도전문 사진 그룹 매그넘을 발족시키는데 일조했던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말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적 통찰을 즉각적으로 담아내는 도구이다”를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 작업 컨셉은 아주 심플합니다. 아티스트들을 그들의 작업과 함께 그들이 익숙한 환경, 예를 들어 갤러리나 뮤지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이러한 장소들은 아티스트들의 아우라를 포착해 내는데 최고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저는 가능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이나 세팅을 유지하고자 했기 때문에 플래쉬나 의도된 연출을 배제하고 주어진 상황과 분위기를 사진속에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서문 중에서-
미술사관점에서 사진집을 평한 펠릭스의 친구, 라울 크리스토프 삼파이오 로페츠 미술평론가의 평론은 어떨까.
“펠릭스 박은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보다 많은 해석의 자유를 부여한다. 그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러니 접근하는 방식은 한결같이 일괄적이지 않다. 다소 다루기 어려운 현장 전시장이나 아틀리에에서 이루어진 즉흥적인 만남의 결실이기에 거기에는 유익한 다채로움과 대단한 진정성이 보장된다. 그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예술가에 대한 두 가지 이미지, 예술세계가 보여주는 이미지와 작가 자신이 보여주는 이미지의 대면이다. 그는 독자에게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연관성 혹은 대비성을 읽어내도록 권한다. 그의 사진에는 실로 다양한 관계가 내재돼 있다.”
사진집을 기획을 하고 서문을 쓴 박덕흠 시인은 “ 펠릭스에게는 이번 작업은 촬영의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해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렇게 무계획 상태에서 출발한 펠릭스의 사진에서 진한 인간미와 진정성이 더 돋보인다”고 전하고 있다.
작품은 작가의 얼굴이고 인격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덕목은 정직이다. 거짓이 있으면 작가도 모르게 작품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작품이다. 늘 정직하고 진심을 담았을 때 좋은 작품이 아니라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펠릭스의 사진집에 나온 주인공들은 늘 정직하고 진심을 담은 작가들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펠릭스 사진 작품집도 정직과 진심을 담았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많이 보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특히 사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사서 봐야 꼼꼼히 보게 되고, 보면서 이것저것을 따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작품성을 알게 된다. 펠리스 사진집을 보며 느낀 점이다.
독일 출생 이민 2세인 펠릭스 박은 독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신문사 편집부에서 일했다. 베를린자유대학과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다국적기업 다임러 크라이슬러에서 수년간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다가 사진과 미술에 대한 열정을 접지 못해 사표를 던졌다. 이후 한국과 독일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3년 전부터는 한국에서 활동 중이다. 온라인 갤러리 네오에디션(N대 Edition)을 설립했고, 우영미 아트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전시기획을 통해 젊고 유망한 한국과 외국계 아티스트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