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모친 어떤 사람이었을까.

[서평] 류보상의 <퍼스트레이디 그녀에게> 소설로 본 육영수

 

 

 

10.26사태로 육영수를 잃어 깊은 슬픔에 빠진 박정희의 외로운 모습이 첫 장을 장식한다.

“박정희는 일과가 끝난 집무실에서 창밖 뜰을 내다보고 있었다. 5개월 전만 해도 활짝 핀 목련꽃 아래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웃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박정희는 꽃잎마저 다 떨어져 쓸려나간 뜰을 내다보며 다른 세계로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고 있다. 오후 6시 이후 대통령의 텅 빈 집무실은 그야말로 쓸쓸함 그대로였다. 창문 옆에 뒷짐을 지고 늦가을의 뜰을 내다보는 박정희의 뒷모습은 허전해 보였다. 박정희의 가슴 속에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미친 듯이 솟아났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가 전쟁 통에 만난 박정희와 육영수의 사랑 얘기, 박정희와 장인 육종관의 갈등, 충청도 옥천의 갑부 부친 육종관 뜻을 저버리고 박정희를 선택한 육영수의 신당동 신혼 생활과 모친 이경령의 자애함, 5.16의 밤과 육영수의 침착함 등의 실화를 픽션으로 잘 포장해 간다.

“61년 5월 16일. 신당동 집에 젊은 장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굳은 표정들로 평소와는 달리 모두들 총기를 무장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퇴폐풍조가 만연하고 정의는 없어졌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우리가 일어나 이 나라를 수렁에서 건져내야 한다’ 5.16선언이었다. 밤 10시가 되자 박정희는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 앞에서 육영수는 박정희 에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아이들 공부하는 것 좀 봐주시고 나가시면 안 되겠어요?’ 사뭇 긴장되어 있는 박정희에게 여유를 주기 위해서였다.” -본문 중에서-

1963년 10월 15일 박정희는 정식 대통령에 취임한다. 육영수는 퍼스트레이디가 됐고 젊고 아름다운 영부인이 된 셈이었다.

퍼스트레이디 육영수는 취임식이 끝나고 영부인의 첫 업무인 서울 구로동 빈민촌 구호품 배급소에서 자신의 삶에서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배고픔과 비참을 경험한 육영수는 바로 이 시점에서 ‘아름다운 야당, 청와대의 야당’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대통령에게 내조자로서가 아니라 바른 말과 직언을 해야겠다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청와대 부속실에서 올라온 민원 글을 읽고 해결사로 나섰고, 전염된 문둥병이라고 일반인 도 가지 않으려고 하던 나환자촌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위로했던 퍼스트레이디 육영수는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8.15 경축 행사에서 조총련 문세광의 총탄에 숨을 거둔다.

“1974년 8월 15일. 경축 행사가 있는 날이다. 지하철 1호선 개통식도 연이어 예정돼 있었다(중략)... 8.15 경축행사장으로 떠나기 위해 몸단장을 끝낸 육영수는 거울 앞에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 때 박정희가 기분 좋은 얼굴로 들어섰다(중략).. 박정희가 단상에 오르자 경축객들이 기립하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식순에 따라 박정희의 기념사가 시작됐다. 문세광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그러나 오발이었다. 박정희를 향하던 총구가 방향을 바꿔 발사되었다. 그리고 육영수의 몸이 한편으로 기울어지며 정신을 잃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박정희의 일생을 한 마디로 독선적 애국의 길이라고 단정했다. 유교적 선비시대의 끝자락을 입에 물고 지독한 빈곤에서 성장한 그는 절차적 방법적 민주주의보다 효율적 결과적 권위가 시대 상황이 강요하는 목표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해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여인 육영수가 사랑한 것은 박정희이지만, 인간 육영수가 지향한 가치는 대한민국 국민이었다고 결론을 짓는다.

특히 저자는 육영수는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자기 개발 욕구와 타인에 대한 능동적 태도, 탁월한 유머 감각까지 지녀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진정한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 책을 중심으로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작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다가 현재 한 제작사에서 영화를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소설을 구성한 류보상은 극작가이며 소설가이다. <서울신문> 전출판편집국 부국장 출신으로 기획출판 유스컴 대표로 일하고 있다. 류보상의 희곡집 (무대에 선 사람들>, 소설 <이브의 딸>, 시나리오 <연평도> 등 많은 작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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