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가 국익 더 크다 판단...한국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지위 주장해도 혜택 인정해줄 가능성 없어...농민단체 반발 거세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를 사실상 포기한다. 앞서 미국은 경제적 위상 발전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의 원인으로는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을 지목하며 90일(10월23일) 내 상황 진전이 없으면 개도국 대우 중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반대 등의 독자 조치를 하겠다"며 압박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향후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홍 부총리는 "쌀 등 우리 농업의 민감 품목은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전제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아같은 경정은 기존WTO협상을 통해 얻은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는 데다 미국의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결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고집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는 국익을 우선한다는 대원칙하에 경제적 위상, 싱가포르ㆍ브라질 등 주변국들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등을 고려해 "미래 협상 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당장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또 정부는 이 기간 동안 민간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반드시 피해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공익형 직불제 도입ㆍ청년 후계농 적극 육성 등을 위한 내년도 농업 예산 16조원 편성 등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추진도 약속했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도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33개 단체는 "개도국 지위 포기는 통상주권과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으로 감축대상보조금(AMS)을 현행보다 50% 삭감되면, 미국이 농산물 추가 개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WTO가입 시 개도국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분야 외에는 특별한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한편 농업계는 농업 전체 예산의 4~5% 수준으로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확답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이 제출된 상태고 농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려면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데 그 결정권이 정부가 아닌 국회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