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54)가 29일 전격 사퇴한 것은 당이 ‘리베이트 의혹’ 수렁에 더 이상 빠져드는 것을 막고 ‘안철수 정치’의 브랜드인 ‘새정치’ 명분을 지키려는 뜻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선 '대권'의식에 따라 자신의 행보를 뚜렷하게 각인시킬려는 목적도 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는 30일 "평의원으로서 당을 위해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할 뿐 대권에 대한 물음엔 노코멘트였다.
안 대표 사퇴는 ‘리베이트 의혹’ 국면 탈출을 위한 승부수에 가깝다.
그리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거나 사법처리 대상이 확대될 때마다 국민의당은 수렁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에 최대주주인 안 대표 사퇴로 국민의당이 사법적 책임에 앞서 선제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면 전환 모멘텀을 만든 것이다.
결국 안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 의혹’ 핵심 인물인 박 의원은 안 대표 최측근이다. 4·13 총선 때 박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힌 사람도 안 대표다. 또 박선숙·김수민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한 것도 안 대표다.
한 당직자는 “김수민 의원을 갑자기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 김 의원 공천에 대해서는 안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 사무를 총괄 지휘하는 대표로서, 계파 수장으로서, 총선 공천권자로서 이번 사건에 ‘3중’의 정치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소수지만 이미 당 일각에서 안 대표 책임론이 대두된 상황인 만큼 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음 직하다. 뚜렷한 ‘리베이트 의혹’의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직을 유지하며 리더십 상처를 키우는 것은 대권 가도에도 불리하다.
사퇴 카드가 ‘새정치’ 명분을 지키려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리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장했고 이를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해왔다. 그래놓고 정작 ‘제 눈의 들보’인 ‘리베이트 의혹’ 앞에서 ‘당헌·당규에 따른 처리’만 되뇔 경우 ‘이중잣대’ ‘자기부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면 ‘새정치 가치에 충실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안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막스 베버를 인용하며 ‘책임정치’를 강조한 것도 ‘명분’을 틀어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선숙·김수민) 두 의원에 대해 강력하게 했어야 했다. 기존 정당에서 (비리 문제에 대처하는 게) 너무 싫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정치를 나도 똑같이 따라하는 것 같다”며 “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이제 대권주자 꼬리표만 남게 됐다. 좀 더 자유로운 위치에서 행동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안 대표가 역할 할 수 있는 공간은 커졌다. 정의화도, 손학규도, 이재오도 있다. 안 대표가 얼마나 역할을 할지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