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청문회 수시개최 가능할까

 

국회는 19일 본회의에서 상임위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중요 안건 또는 소관 현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행정부의 고유 영역인 시행령의 수정 권한을 국회에 대폭 부여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쳤지만 새누리당의 투표 불참에 따른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재의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아프리카·프랑스 순방 이후 다음달 7일 국무회의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25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9박11일에 걸쳐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순방할 예정이다. 헌법상 국회에서 의결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대통령은 15일 내 재가 또는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다.

 

새누리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법 개정으로 인해) 청문회가 남발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국회 운영상의 문제는 물론 공직사회에도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며 “20대 국회에서 ‘수시 청문회 도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문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개정 국회법의 부작용 가능성과 본회의 상정 과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준비했다가 취소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상시 청문회를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며 “(국회가) 수백명씩 불러 놓고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허다한데, 그러면 세종정부청사도 텅 비고, 정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영역”이라고 했다.

 

여야 모두 이번 국회법 개정으로 청문회 개최 문턱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관건은 청문회 개최 대상을 중요한 안건 심사에서 소관 현안 조사로까지 확대한 조문이 행정부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냐에 대한 해석이다.

 

문구대로라면 국회 상임위원회가 소관 현안이라고 판단하면 어떤 사안이든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다. 위원회 ‘의결’을 위해서는 안건 상정이 전제돼야 하는데 국회법상 안건 상정은 위원장이 각 당의 간사와 ‘협의’해 결정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의’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간사 간 협의가 실패하더라도 위원장이 직권 상정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몫도 과반 이상을 야당에 내줘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장 야당은 20대 국회 개원 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진상규명과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농민 백남기씨 사건 등에 대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여야 모두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다른 두 사건은 청와대 행정관 연루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성격이 짙어 여당 반발이 크다.

 

그러나 야당은 여소야대 정국이 들어서게 된 만큼 개정 국회법이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국회법에서도 중요한 안건 심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을 줄여 신속한 진상조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은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해당 안건이 ‘중요한 안건’에 해당하느냐 등을 놓고 여야 간 입씨름을 해왔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최근 발생한 서울 강남역 공용화장실 ‘묻지마 여성 피살 사건’을 언급하면서 “공용화장실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해 곧바로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회를 개최해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