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임진강 상류에서 심야에 예고 없이 무단 방류를 하는 바람에 임진강 하류의 경기도 파주 일대 주민들이 때아닌 물난리 피해를 입었다.
17일 한국수자원공사 임진강건설단과 파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7시부터 북한 쪽 상류에서 남한 쪽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인근 임진강 군남댐(총저수량 7100만t)으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후 6시엔 초당 97t이던 유입량이 오후 9시에 428t으로 늘었다.
불과 3시간 만에 유입량이 4배 이상 급증했다. 17일 오전 4시에는 최고치인 515t까지 늘어났다. 지난 16∼17일 파주·연천 일대 임진강 유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는데 의문의 대량 방류 사태가 생긴 것이다.
군남댐을 관리하는 임진강사업단 김재환 운영팀장은 “임진강 상류 북한 지역의 황강댐(총저수량 3억5000만t) 등 민통선 인근 북한 쪽에서 무단 방류로 인해 물이 급격히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 측이 도발의 한 형태로 수공(水攻)의 효과를 시험하고 남한의 대비 태세를 떠보기 위해 무단 방류 도발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군남댐이 조성 중이던 2009년 9월 6일에도 북측의 무단 방류로 군남댐 하류에 물난리가 발생해 야영객을 비롯해 모두 6명이 숨졌다.
북한 쪽에서 방류량이 급증하자 군남댐 측은 수위 조절을 위해 이날 오전 1시부터 초당 방류량을 유입량과 비슷한 규모로 급격히 늘렸다. 16일 오후 7시에 116t을 방류했으나 다음날 오전 1시부터는 427t으로 크게 늘렸다.
이로 인해 임진강 하류인 파주 일대 어민들은 그물이 대부분 떠내려가거나 훼손되는 재산 피해를 봤다.
장석진(53) 파주어촌계장은 “갑작스러운 물난리로 어민 100여 명이 어구 손실로 인해 수억원의 피해를 봤고, 1년 어획고의 70∼80%를 차지하는 황복과 실뱀장어 조업 피해액은 앞으로 수십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지 어민들은 “북한댐의 무단 방류에 대비해 조성한 우리 측 군남댐에 물을 가두는 방법 등으로 제대로 대응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애꿎은 어민들이 피해를 봤다”며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