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호남 참패에 따른 반성과 호남 민심회복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이 광주시민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지난 총선 때 8곳 지역구에서 전패(全敗)한 광주(光州)에서 20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을 열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승자가 아니라 패자로 왔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반성을 한다는 의미에서 5·18 민주묘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민들로부터 쓴소리 듣기를 자청했다. 그러나 딴 짓 하고 하품하다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광주시민에게 듣는다'라는 대담이 열렸다. 광주의 여론 주도층 인사 5명이 당선자들에게 78분간 말을 쏟아냈다.
오경미 한국퍼실리테이터연합회 기획이사는 "이번 선거 패배의 핵심은 더민주의 무능함"이라며 "'친노(親盧) 패권 호남홀대론'이 선거판을 흔들었는데도 더민주가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탁영환 전 광주교육대 외래교수는 "(비례 공천 파동 당시) 문재인 전 대표가 한마디 하니까 (논란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정당은 여전히 친노 정당이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19대 국회 때 더민주를 보면서 '뭘 열심히 하려는 것 같은데 뭘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날 질타가 이어졌지만 광주의 민심을 회복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당선자는 좌담회 동안 스마트폰을 봤고, 질문 기회가 왔지만 당선자 중 한 사람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한 시민 토론자는 "하품을 하시는데, 제 이야기가 재미없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당초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할 예정이었던 김종인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선거 때 내건 구호를 절대로 잊어버려선 안 된다. '문제는 경제다'라고 해서 표를 얻어 제1당이 됐다"며 "경제가 뭐가 문제이고 어떻게 풀 것인가를 금년 정기 국회부터 대선에 이르기까지 국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야권의 잠재적 대선 후보들도 잇따라 광주를 방문한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5·18 즈음 광주를 방문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2박 3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박 시장은 이날 밤 더민주 당선자 워크숍에도 참석했다. 박 시장은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부터 광주 정신과 늘 연결돼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