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인생 질곡의 삶

[서평] 최건수 소설가의 '뭉치'

 

 

 

 

▲ 표지     © 기자뉴스


뭉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한 지인이 책 뭉치를 줬다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책을 건넸다.책을 받은 후 언뜻 사고뭉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책 겉표지에 뭉치라는 제목과 그 위에 드라마틱한 인생의 질곡을 딛고 일어선 한 휴머니스트의 충격과 감동 실화라고 적어 있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궁금했다무슨 책이기에 감동 실화라는 말을 썼을까하는 궁금증과 겉표지 뒷면 저자의 약력을 보니 방송작가 출신의 소설가였다저자는 정밀한 취재를 통한 실명 소설이라고 했다마음을 끌리게 한 것이다뭉치는 어머니를 뜻하는 뒷골목의 은어였다.

 

 

 

KBS 방송작가 출신인 최건수 소설가가 쓴 <뭉치>(생각 나눔, 2012년 7)를 꼼꼼히 읽었다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한 책이라는 게 흥미로웠기 때문이다책 말미에는 2015년 9월 18일까지 재판 50쇄를 발행한 책이라고 써 있었다책을 전개하면서 실상을 밝히기 위해 불가피하게 비속어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에 대해 저자는 양해를 구했다.

 

 

 

책을 읽은 후 한 마디로 좌절고통고초고난질곡가난폭력비행한 등이 언뜻 떠올랐다이런 질곡을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삶의 철학에 무게를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주인공 임용남은 1952대 전쟁 중 태어나 60년대와 70년대의 보릿고개 시대임에도 더 힘든 삶을 영위했다.

 

 

 

그는 육지와 동떨어진 섬서해안 선감도 부랑아 수용소인 성심사 원생으로의 삶 속에서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낀다여러 차례 걸쳐 섬에서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여러 번을 잡히면서 모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하지만 포기 하지 않았다수용소에서 6번째로 탈출해 성공하자의정부 한 시계방을 털어 절도죄로 감옥에 갇힌다.

 

 

 

자고 나면 하루도세월은 쉬지 않고 과거의 저편으로 소리 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향토에비군 창설,대연각 호텔 대화재육영수 여사 저격 피살남침용 땅굴 발견지하철 개통... 그러나 목표를 잃고 표류하는 내 삶은 속절없이 뜨고 지는 태양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한다감옥에 있는 동안 세월은 급격하게 퇴적물을 남기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이 끝내 전도사를 거쳐 목사가 된 점을 비추어 보면 종교적 색채가 풍긴 책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지만주인공의 인생행로가 극적인 실화소설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었다.

 

 

 

앙리 샤리에르의 자서전 빠삐용은 가슴에 나비(프랑스어로 빠삐용)’문신이 있는 영화 주인공이다빠삐용이 앙리 샤리에르의 자신이기도 하다. ‘빠삐용은 무기징역수이다인권유린강제노역 등이 이어지는 감옥 속에서도 탈옥을 시도하지만 잡히고다시 탈옥을 하는 과정이 임용남과 흡사하기 때문이다그래서인지 저자는 이 책의 원명을 임삐용의 천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인공 임용남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쌍학리에서 태어났다동네는 앞뒤로 말미산과 금왕산이 마을을 포옹하듯 에워싸고 있는 곳이다집 뒤편으로 석곡천의 맑은 물이 쉴 새 흐르는 동네였다.

 

 

 

한 스님의 이간질로 병고에 누워있는 아버지는 어린 아들(용남)에 대한 폭행이 심해지고끝내 어머니는 어린 두 아들(용남용운)을 데리고 집을 나간다서울역에서 동생을 업고 일곱 살인 용남의 손을 잡고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빵을 사온다고 하고 떠난 후소식이 없자 3년 동안 걸통을 메고 다니는 거지로 동냥생활을 하게 된다전국부랑아일제 단속에 걸려 열 세 살의 나이로 부랑아 수용소인 선감도 성심사의 원생으로의 삶을 영위한다염전사역청소사역 등을 하고침실에 들어오면 고참 원생들의 모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수용소의 하루는 늘 철저한 인원점검으로 시작해서 철저한 인원점검으로 막을 내린다틀 속에서 작업도 작업이지만 의당 신입이기에 따라붙는 가외의 고충 또한 여간이 아니었다논일이나 밭일 등 힘겨운 사역을 마치고 옥사로 복귀하면 이번에는 반장을 비롯한 여러 고참들이 서로 부려 먹기에 바빴다방청소해라양말이나 수건 빨아 와라식수를 떠와라팔다리를 주물러라한시도 사행의 여유를 봐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분문 중에서

 

 

 

미숙이라는 독실한 신자와 결혼을 한 후, 15개월인 지난 79년 3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 자격을 얻었다한 달 후에 딸 지혜를 낳았고강원도 삼척군 하장면 추동리에 십자가도 세우지 않는 슬레이트 건물에 마루대신 멍석을 깔고 개척교회 생활을 하게 된다어려운 개척교회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천정병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다영양실조로 생각했는데 폐결핵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주일마다 보건소에 가 무료로 항결핵제 주사를 맞거나 한 달에 한번 X선 촬영을 하고 오는 것 외에 24시간 누워 지내야 했다아내는 아내대로 끼니를 걸려가며 하루 종일 강대상 밑에서 기도로 보내다시피 했다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면서였다(중략).. 그야말로 쇠심줄보다 질긴 게 사람의 목숨인 모양이다.그토록 먹는 것 없이 피만 쏟아내면서도 나는 1년 반을 버텨왔으니 말이었다그즈음 나는 거의 매일 깡통에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뼈와 가죽 만 남은 몸속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피가 나오는지 그것이 기이할 지경이었다.” -본문 중에서

 

 

 

간절한 삶의 기도로 인해 폐결핵을 이겨 낸다현존 인물인 임용남의 삶은 자체가 충격과 감동의 휴먼 다큐멘터리였다.

 

 

 

저자 소설가 최건수는 1952년 충남 유성에서 출생했다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KBS 7기 방송작가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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