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한진해운의 부실 경영에 대한 오너 경영진의 책임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어떤 책임을 이행할지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자 경영권을 시숙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게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대주주인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정상화를 위해 9천억 원가량을 쏟아부었지만 글로벌 해운시황 악화와 과도한 용선료에 따른 부담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을 털어내는 데 실패하고 결국 자율협약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에 신용을 공여한 은행권이나 사채나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한진해운을 8년가량 이끈 최 회장을 상대로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최 회장을 겨냥해 "대주주는 기업 부실과 관련해 채권자나 근로자와 함께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며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사재 출연 압박을 받는 최 회장 일가는 현재 1천900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상장·비상장 주식과 부동산(시가 반영) 등을 합쳐 최 회장은 모두 1천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본인 명의로 갖고 있다.
두 명의 자녀도 420억원씩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소유한 재산은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이 1천850억원 수준이다.
최 회장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하기 전에 한진해운 잔여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주식 매각과 관련해 나름 속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로 인한 도덕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최 회장으로선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한 이후 한진해운을 맡아 경영하다가 부실이 심화하자 2014년 한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따라서 최 회장은 한진해운 부실에 대한 책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더구나 그는 한진해운을 넘기고서 부실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책임을 이행한 적이 없다.
오히려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를 유수홀딩스로 바꿔 정보기술(IT) 사업과 외식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유수홀딩스의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최 회장 18.11%, 두 자녀 9.36%씩, 양현 재단 9.90%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50.88%의 지분을 가진 구조로 돼 있다.
최 회장은 또 양현 재단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다.
과거 기업 부실화로 금융권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대기업그룹 오너들은 크고 작은 범위에서 채권단에 보유 계열사를 싸게 내놓거나 사재를 출연하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졌다.
올해 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현대상선 부실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모친과 함께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한편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율협약안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 회장의 사재출연 계획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진해운은 대한항공이 지분 33.2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