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산의 그림자, 민간 무인기와 안보의 사유화

시사1 김아름 기자 | 북한에 날아간 무인기 사건이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면, 그 뿌리는 어디까지 닿아 있는가. 수사선상에 오른 민간인 용의자 두 명이 모두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 근무 이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 사건을 더 이상 ‘개인 차원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게 만든다.

 

18일 정치권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무인기를 제작한 혐의를 받는 A씨는 대통령실 대변인실에서 뉴스 모니터링 요원으로 일했으며 실제로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B씨 역시 용산 근무 이력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선후배로, 창업을 함께 했고 통일 관련 청년단체 활동도 병행했다. 이들의 이력은 우연의 연속이라 보기엔 지나치게 촘촘하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들이 연루된 행위의 성격이다. 북한 영공을 향한 무인기 침투는 그 자체로 군사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고위험 행위다. 국가만이 감당해야 할 안보 판단과 실행의 영역을 민간, 그것도 정치적 성향이 분명한 개인들이 넘나들었다면 이는 ‘안보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시기, 안보는 반복적으로 정치의 도구가 됐다. 대북 강경 메시지는 국내 정치의 위기를 돌파하는 카드로 소환됐고, ‘안보 위기’는 정권의 결속을 다지는 명분으로 소비됐다.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과 12·3 비상계엄 선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실은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증폭시킨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도발 유도설’이 음모론으로만 치부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B씨는 무인기 침투 목적이 북한 핵 폐수 의혹 검증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이미 사실무근이라 밝힌 사안을 민간인이 무인기를 띄워 검증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국가 간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 있는 행위를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문제의식으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관리와 통제의 부재다. A씨는 과거에도 미신고 무인기를 띄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연구용 실험”이라는 해명 속에 대공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 사이 같은 기종의 무인기가 다시 등장했고, 이번엔 북한 영공 침투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는 제도의 허술함이 개인의 과감함을 키운 전형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을 앞세웠지만, 정작 권력 주변에서는 원칙이 느슨해졌다. 대통령실 근무 경력, 고위 관계자의 추천서, 정치적 성향으로 얽힌 인맥 네트워크는 이 사건을 단순 범죄가 아닌 ‘권력 주변부의 구조적 문제’로 보게 만든다.

 

수사는 이제 개인의 범행 여부를 넘어, 누가 이런 행동을 가능하게 했는지, 어떤 분위기와 신호가 작동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안보는 결코 실험 대상이 아니며, 정치적 계산의 재료도 아니다. 무인기가 남긴 것은 북한 하늘의 흔적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시절 국가 운영의 위험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