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아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이 9일 결심공판에 들어가며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기소돼 재판대에 선 지 약 1년 만에 변론이 마무리되면서, 헌정 질서를 뒤흔든 비상계엄 선포의 법적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을 포함한 피고인 8명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결심공판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서류 증거 조사를 마무리한 뒤 내란 특별검사팀의 최종 의견과 구형, 변호인단의 최후변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을 차례로 듣는다. 사건의 중대성과 피고인 수를 고려할 때 공판은 장시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심공판의 핵심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정점에 있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없음에도 위헌·위법한 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며 헌법기관의 기능을 무력화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공소의 요지다.
내란 우두머리죄는 형법상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만 규정된 중대 범죄다. 특검팀이 어떤 형을 구형할지에 따라 사안의 역사적·법적 무게가 다시 한번 확인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12·12 군사반란으로 기소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이 불가피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시 사법부는 군을 동원한 헌정 질서 파괴를 내란으로 인정했고, 최고 권력자에게도 예외 없는 법 적용 원칙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 역시 중요한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서 공수처 체포 방해 사건 결심공판에서 약 1시간에 걸쳐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있다. 이번 재판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과 국가 안보 논리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특검은 계엄의 준비 과정과 지휘 체계, 국회와 주요 인사 체포 시도 등을 종합해 ‘정치적 목적의 계엄’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전직 대통령의 형사 책임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비상권력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대통령의 권한이 헌법적 한계를 넘었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지를 가르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사법부의 판단은 향후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권력 행사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자, 헌정 질서 수호의 이정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심공판을 마친 뒤 선고까지는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나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이번 내란 재판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비상계엄과 권력 책임을 둘러싼 가장 중대한 사법적 평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