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명암] 롯데 추격 실패, 정용진 승부수 시험대

시사1 특별취재팀(윤여진·장현순·박은미 기자) | 올해 신세계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 부문의 부진과 구조적 한계로 그룹 전체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정용진 회장이 추진한 ‘가격 파격’과 ‘공간 혁신’ 전략은 단기적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경쟁사 롯데쇼핑과의 격차 확대는 신세계그룹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핵심 축인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14조2000억원, 영업이익 3800억원으로 전년대비매출은 2%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이는 고물가, 내수 침체, 쿠팡·롯데온 등 온라인 경쟁 심화가 삼중고로 작용하며 수익성 회복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일부 분기에서 영업이익 반등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인건비와 판관비 절감에 따른 단기적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면서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백화점 부문은 명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 3% 증가하며 상대적 선방을 기록했다. 단 이마트 부진으로 인한 그룹 전체 적자 폭을 만회하기에는 부족하며, 업계에서는 백화점 성과가 그룹 위기를 가리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선지 정용진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가격 파격’과 ‘공간 혁신’을 전략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를 신선한 전략보다는 다급한 ‘궁여지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가격 경쟁력 강화 전략은 이미 포화 상태인 유통 시장에서 차별화가 제한적”이라며 “자본력을 앞세운 쿠팡, 롯데온 등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내 주요 유통사와 비교해도 신세계그룹의 구조적 취약성이 뚜렷하다. 올해 롯데쇼핑은 매출 21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 균형 전략으로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 편중 구조와 온라인 경쟁력 약화가 겹치며 경쟁사 대비 성장 둔화가 두드러진다.

 

정용진 회장은 G마켓 이사회 의장으로 이커머스 시장 1위 탈환 의지를 표명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경쟁 구도에서 판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경영 실적은 신세계그룹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현재 전략과 정용진 회장의 리더십만으로는 그룹 재도약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