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김기봉 기자 | 어도비가 포토샵·익스프레스·애크로뱃을 챗GPT에 통합하면서 디지털 창작 시장의 권력 지형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능 연동을 넘어, 오픈AI가 챗GPT를 ‘대화형 AI’에서 ‘범용 작업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자, 어도비가 AI 충격 속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재정의하려는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통합은 8억명에 달하는 어도비 잠재 사용자들이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챗GPT 창에서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부 핵심 기능이 제외됐다고는 하나, 자연어 지시만으로 포토샵의 주요 기능이 작동한다는 사실은 창작 도구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변화다. 이는 전문 작업의 ‘AI 대중화’를 가속하고, 디지털 작업을 텍스트 기반 UI로 재편하려는 흐름에 불을 붙였다.
오픈AI는 이번 조치로 서드파티 생태계 확장을 한층 가속하게 됐다. 음악·부동산·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가 이미 챗GPT와 연동된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인 어도비까지 합류하면서 챗GPT는 ‘앱 플랫폼의 실질적 관문’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앱을 쓰기 위해 챗GPT를 연다’는 습관을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AI의 전략적 승리다.
어도비 역시 얻는 것이 적지 않다. 생성형 AI가 이미지·영상 작업의 룰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챗GPT의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자사 제품의 접근성과 신규 유입 경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창작 도구 시장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조류 속에서, 플랫폼 확장을 통한 생태계 유지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변화가 가져올 시장 독점 우려도 외면할 수 없다. 특정 거대 AI 플랫폼에 주요 작업 흐름이 집중될 경우, 창작 도구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기업간 종속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AI 플랫폼 종속이 심화될수록 데이터와 작업 방식이 한곳으로 쏠리게 되고, 이는 산업 전체의 혁신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챗GPT와 같은 범용 AI 플랫폼과 창작 소프트웨어의 결합은 더 이상 예외적 실험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움직임이다. 어도비의 합류는 그 신호탄을 울린 사건에 가깝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좇되, 시장 지배력 집중에 따른 위험을 견제하면서 건강한 경쟁 구조를 유지하는 일이다. AI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확장이 창작의 자유와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독점으로 귀결될 것인지 그 갈림길 위에 산업과 규제가 함께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