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요한의 결단이 ‘희생적 이벤트’가 안 되려면

인요한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총선 당선 후 1년 6개월 만의 퇴장이며, 말 그대로 스스로 기득권을 반납한 셈이다. 그는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진영을 넘어 국민 통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안팎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국면에서 자신의 역할이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요한 의원의 선택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선비의 기개”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마지막 선비의 지조를 보았다”며 결단을 치켜세웠다. 인 의원 가문의 ‘4대째 헌신’까지 언급하며 미화하고 나섰다.

 

정작 여권 핵심, 특히 권력 핵심부와 연결된 이른바 ‘친윤계’는 어떤 변화도, 책임도, 결단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인요한 한 사람의 사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도, 마치 책임을 대신 떠맡아준 희생양이 등장한 것처럼 상황을 정리하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핵심 친윤 의원들과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그렇다. 전 정권 당시 윤핵관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인물들은 이철규·유상범·윤한홍 의원, 그리고 전 정권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과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 등이다. 이들의 침묵은 인요한 의원이 보여준 ‘스스로 내려놓음’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인요한 의원의 사퇴를 박수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된다. 극심한 정쟁과 국정 불신을 초래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계엄으로 이어진 전 정권의 국정 운영 동반자였던 정당의 핵심 정치인들은 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나.

 

호남 출신의 ‘특별귀화자’였던 인요한 의원은 여당 내부에서 보기 드문 상징성이 있었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단순히 한 의원의 퇴진이 아니라, 한국 정치가 포용과 변화의 기회를 또다시 놓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은 것은 야당의 책임 있는 자기 쇄신뿐이다.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본질을 외면한다면, 인요한의 결단은 또 하나의 ‘희생적 이벤트’로 소모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