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엔비디아’ 활발…AI 패권 경쟁, ‘구글·아마존’ 흔든다

시사1 김기봉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장악해 온 기존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와 차세대 챗봇을 잇따라 공개하며 ‘탈엔비디아’ 흐름을 촉발하고, 오픈AI의 기술 우위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나서면서 AI 산업에 대규모 판도 변화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각변동의 신호탄은 구글이 쏘아 올렸다. 구글은 최근 최신 대규모 AI 모델 ‘제미나이3’와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다. 제미나이3는 추론·코딩 등 핵심 지표에서 오픈AI의 GPT-5.1을 상회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모델 학습·추론에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구글 자체 TPU로 구현했다는 점은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AI 학습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실제로 약화될 수 있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메타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구글 TPU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오픈AI의 경쟁사 앤스로픽 역시 구글 TPU 100만개를 탑재하는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빅테크 사이에서 ‘양자택일’이 아닌 ‘탈엔비디아’ 흐름이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아마존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행사에서 최신 AI 칩 ‘트레이니엄3’를 발표했다.

 

AWS는 “엔비디아 GPU 대비 AI 모델 훈련과 운영 비용을 최대 50%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전력 효율성(전성비)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구글·아마존 모두 오래전부터 자체 AI 칩 개발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준비된 도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AI 생태계 전반에서 경쟁사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오픈AI는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샘 올트먼 CEO는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모에서 ‘코드 레드’(적색경보)를 발령하고 향후 출시 예정이었던 기타 서비스 일정을 전면 보류했다. 이어 챗GPT 성능 개선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도록 지시했다. 핵심 담당자들과는 하루 단위의 집중 회의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위기 대응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오픈AI를 압박하는 경쟁 모델이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구글 제미나이3에 더해, 앤스로픽은 최상위 모델 ‘클로드 오퍼스 4.5’를 발표했다. 중국 AI 기업 딥시크는 ‘딥시크 V3.2’와 연산 특화 모델 ‘V3.2 스페치알레’를 공개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주요 외신을 살펴보면, 최근 “오픈AI의 지배적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챗GPT 출시 이후 오픈AI는 절대적 참조점이었지만, 지금은 시장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빅테크 간 ‘순환 투자’ 구조가 과열되며 AI 버블(거품)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모델 개발을 위한 자본 투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각 기업이 서로의 AI 인프라를 구매하고 투자하는 구조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패권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뿐 아니라 칩·데이터센터·전력 효율까지 총체적 경쟁으로 발전했다”며 “엔비디아·오픈AI 중심의 기존 판도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