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 진실과 인권회복, 국회가 나서라"

민형배-황운하 의원 과 시민단체 국회기자회견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가 국회를 향해 “베트남전쟁의 진실과 인권 회복에 국회가 나서라” 30일 촉구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0여명 의원들이 관련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민형배 더불어민주당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주최로 30일 오후 2시 2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 특별법 발의 국회-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특별법안’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민형배 의원의 대표 발의로 30여 명의 의원(공동 발의)들이 이름을 올린 상태다.

 

발의된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법은 국가차원의 공식기구인 베트남전쟁 진실위원회 설치를 통한 베트남전 진상조사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사범위에 ‘국군에 의해 발생한 민간인에 대한 집단살해·살해·사체훼손·상해 후 사망·상해·행방불명·구금·성폭력 등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공권력 또는 국가의 보호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파병군인의 자살·자해·정신질환, 전쟁후유증 등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등을 다룬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특별법안(강민정 의원 대표 발의, 이재명 의원 등 25명 공동 발의)을 수정 보완해 파병군인 인권침해 문제까지 함께 다뤘다.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68세)은 진실규명법 발의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왔다.

 

지난 8월 진실화해위원회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한 일을 언급하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는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라며 “진실이 인정받는 그날까지, 저는 안심할 수 없다. 저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저는 한 가닥 희망을 남긴다. 이번에 국회에서 발의되는 ‘베트남전 진실규명 특별법’이 진실을 인정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새로운 문을 열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본(63세)도 편지를 보내 “정의를 간절히 원하는 135명의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해 목소리 내겠다”고 덧붙였다.

 

석미화 아카이브평화기억 대표는 국가에 외면당한 전쟁의 고통을 호소하는 여러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전쟁으로 인한 군인들의 피해는 국가의 명예와 보훈제도 아래 수렴되고, 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과 같은 주제는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이따금 등장하기도 하고 이내 사라진다”며 ‘대부분의 병사들이 겪은 전쟁의 기억과 고통은 관심받지 못한다”라고 밝히면 ’기존의 제도와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파병 이후 귀환 군인들이 겪은 자살, 자해, 전쟁후유증 등 인권침해를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대한민국에게 그 책임을 묻고 파병군인 스스로도 잘 말하지 못한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정부는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그동안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는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일부 파병군인들간의 기억의 전쟁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긴 세월 양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정부가 진실규명을 외면한 것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을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강경숙, 권향엽, 김남근, 김선민, 김재원, 김종민, 김준형, 문정복, 민형배, 박선원, 백승아, 손솔, 신장식, 용혜인, 양문석, 윤종오, 이개호, 이수진, 이용선, 이용우, 이성윤, 이재정, 이주희, 이학영, 전종덕, 정혜경, 차규근, 최혁진, 한창민, 황운하 등 30여명의 의원들이 동참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컸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진실이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올해 2025년 1월, 우리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의 진실과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마주했습니다. 2023년 2월의 1심 판결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베트남 피해생존자이자 원고인 응우옌티탄이 승소를 한 것입니다. 베트남 정부도 판결에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고 국방부가 항소하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 두 명의 베트남 피해생존자가 한국을 방문해 다시 한번 간절히 진실규명을 호소했습니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10,541명의 시민들이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등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청원을 대통령실에 보냈습니다. 또한 이번 피해자 방한에서는 김영만, 류진성, 오경열 님과 같은 파병군인분들도 베트남 피해자와 연대하며 한국 정부가 진실규명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결단입니다. 25년간 넘게 이어진 한국 시민사회의 베트남전쟁 진실규명 평화운동으로 대중의 인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전시성폭력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인식은 ‘불편한’ 진실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이 책임있게 마주해야할 진실로 나아갔습니다. 이제는 베트남의 피해자가 소송을 하고 진실규명을 정부에 요청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밟기 전에 대한민국이 스스로 나서서 전쟁의 진실을 규명하고 무너진 인권과 정의 회복을 위해 나서야합니다.

 

시민사회에서는 2019년부터 베트남전 진실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논의해 법안 제정 운동을 추진하여 20대와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22대 국회에서 발의하는 법안에는 파병군인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의 진실규명도 함께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병 이후 귀환 군인들이 겪은 자살, 자해, 전쟁후유증 등 인권침해를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대한민국에게 그 책임을 묻고 파병군인 스스로도 잘 말하지 못한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정부는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그동안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는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일부 파병군인들간의 기억의 전쟁으로 보는 시선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긴 세월 양자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정부가 진실규명을 외면한 것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무책임을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습니다. 22대 국회가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을 제정하여 베트남의 피해자들과 파병군인들이 살아 있을 때 하루 속히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 조사와 후속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2025년 올해는 베트남전 종전 50주기입니다. 총성과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이 남긴 고통과 상처의 메아리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쟁이 남긴 고통의 유산은 우리의 가족과 친지, 마을과 공동체, 한국 사회 곳곳에, 베트남의 피해 마을들에 여전히 존재합니다. 오늘 발의하는 특별법은 전쟁을 겪은 특정 세대의 문제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짊어진 역사적 과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이기도 합니다. 고통 속에 묻혀온 진실을 드러내어 전쟁의 상처를 품고 있는 있는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책임의식을 갖고 법안 제정을 위해 이제는 결단해야 합니다. 진실은 화해와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며, 정의로운 미래를 여는 출발점입니다. 대한민국 국회가 역사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강력한 지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