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충수의 세상을 밝히는 힘(10)] 도로 위의 비양심...이젠 그만! 반칙없는 세상을 향하여

질서를 지키는 것이 정의가 되는 사회

 

 

도로는 작은 사회다.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어우러져 움직이는 공간에서 질서와 배려는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도로 위는 그 약속이 너무 쉽게 무너진다. 일부 운전자들의 이기적이고 무질서한 운전은 단순히 교통사고의 위험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의 기반마저 흔들게 마련이다.

 

최근 경찰이 ‘5대 반칙운전’에 이륜차 무질서 운행을 추가해 집중 단속에 나선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반칙운전은 단순한 법규 위반을 넘어,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상적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치기 유턴, 버스전용차로 위반, 꼬리물기, 무리한 끼어들기, 비긴급 구급차 운행처럼, 이른바 '5대 반칙운전'이라 불리는 행위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남보다 먼저 가기 위한 반칙’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반칙은 언제나 규칙을 지키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특히 새롭게 단속 대상이 된 이륜차의 무질서 운행은 그간 단속이 느슨했던 영역이다. 하지만 위험성은 결코 적지 않다. 신호를 무시하고 역주행하거나 인도를 질주하는 이륜차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 단속 강화를 반기는 이유다. 하지만 단속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질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각자의 인식과 실천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종종 "법만 잘 지키면 손해다", "나만 바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 말은 우리 사회가 공정과 정의에 대해 얼마나 냉소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진짜 정의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사회, 반칙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랑이 되는 문화 속에서 가능하다.

 

질서를 지키는 일은 곧 타인을 배려하는 일이고, 배려는 공동체의 품격을 높인다. 그리고 그런 품격은 수많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정지선에서 멈추는 것, 버스전용차로를 지키는 것, 교차로가 막힐 땐 진입하지 않는 것. 사소하게 보이지만 이런 실천이 모여,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간다.

 

이제 ‘나는 예외’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누구나 함께 쓰는 도로에서,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은 곧 누군가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반칙은 더 이상 관용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존중받는 사회, 규칙을 지키는 시민이 당당한 사회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질서는 곧 정의다. 도로 위의 작은 정의가 사회 전체의 신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그 출발점은 지금, 내 운전 습관을 되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