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보다 ‘편익’이 先?…김포시 ‘약자 행정’ 실종

시사1 박은미 기자 | 김포시청 지하, 장애인들의 소중한 일터였던 카페 ‘달꿈’이 사라진 자리엔 대형 프랜차이즈의 간판이 걸렸다. 시는 “직원들의 커피값 500원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번엔 특수학교 아이들의 울타리 바로 너머에서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아이들의 숲 체험길을 깎아내고 들어서는 것은 다름 아닌 ‘파크골프장’이다.

 

최근 새솔학교 학부모들이 김포시를 상대로 낸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은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다. 이는 김포시 행정 우선순위에서 ‘장애인’이라는 이름의 약자들이 얼마나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지표다.

 

논란의 흐름은 기이할 정도로 닮아 있다. 시청 카페 논란 당시 시는 ‘리모델링’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는 장애인들을 내보내고 그 자리를 기업에 내줬다. 이번 파크골프장 조성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환경보호구역 심의는 미비했고, 도시계획 변경은 공사가 시작된 뒤에야 뒤따랐다. ‘선(先)공사 후(後)행정’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시는 “적법하다”는 주문만 반복하고 있다.

 

김포시가 내세우는 최대 명분은 ‘다수 편익’이다. 더 싼 커피를 마실 권리, 더 쾌적한 운동 시설을 누릴 권리도 물론 중요하다. 단 그 권리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권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수학교 학생들에게 학교 인근의 숲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교실이자 안전한 안식처다.

 

지난 8월 법원은 장애인 카페 사건을 두고 “김포시의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행정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약자의 생존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사법부의 준엄한 경고였다. 하지만 김포시는 이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은 듯하다. 학교 담벼락 끝까지 밀어붙인 골프장 공사 현장이 그 증거다.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시민의 삶을 보듬는 데 있다. 특히 공공의 손길이 절실한 약자들에게 행정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김포시가 보여주는 모습은 ‘보루’보다는 ‘벽’에 가깝다.

 

골프장 공사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숲길을 보며 묻지 않을 수 없다. 김포시가 꿈꾸는 ‘70만 대도시’의 미래에 장애인과 약자를 위한 자리는 과연 마련되어 있는가. ‘적법’이라는 차가운 단어 뒤에 숨어 사람의 온기를 지우는 행정은 이제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