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봉황기의 귀환,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

시사1 윤여진 기자 | 29일 0시,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내려지고 청와대에 다시 게양된다.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도 ‘청와대’로 환원된다. 상징 하나가 옮겨가는 장면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봉황기는 단순한 깃발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수반의 권위와 책임이 머무는 장소를 상징해 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단행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소통’과 ‘개방’을 내세운 상징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용산은 국민에게 열린 공간이라기보다, 혼선과 논란의 공간으로 기억됐다. 안보 공백 논란, 졸속 이전 비판, 막대한 이전 비용 문제는 끝내 해소되지 못했다.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 정치적 상징으로 과도하게 소비된 셈이다.

 

봉황기의 청와대 복귀는 이러한 실험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다. 아직 이재명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봉황기를 먼저 옮기는 것은, ‘상징의 정리’가 ‘물리적 이전’보다 앞선다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로 읽힌다. 대통령실 로고와 명칭, 브리핑 공간까지 청와대 체제로 되돌리는 일련의 결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단 중요한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냐 용산이냐의 논쟁은 이미 충분히 치러졌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어느 공간에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그 공간에서 어떤 책임과 태도로 국정을 운영하느냐다. 봉황기가 다시 청와대에 걸린다고 해서, 과거의 불통과 폐쇄성까지 함께 복원돼서는 안 된다.

 

이미 춘추관 브리핑이 재개되고, 일부 비서실이 청와대로 출근하며 ‘정상화’의 신호는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통령실이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상징 경쟁이 아닌 제도와 절차로 되돌리겠다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봉황기의 귀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공간을 정리한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권한의 절제와 책임의 강화다. 대통령의 상징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지금, 국민은 그 상징에 걸맞은 국정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깃발은 돌아왔지만, 신뢰는 앞으로 쌓아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