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우리는 식당, 영화관, 병원, 심지어 결혼식장에 가서도 ‘키오스크’ 앞에 서게 된다. 터치스크린을 누르며 주문하고 결제하는 이 무인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젊은 세대는 “간편하고 빠르다”며 환영하지만, 그 편리함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들이 있다. 바로 디지털 전환의 속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고령층이다.
이들은 종종 화면 구성이나 외국어 표현, 터치스크린의 감도에 어려움을 느낀다. 메뉴를 누르는 손끝은 망설이고, ‘잘못 주문할까’ 걱정에 발걸음을 돌리는 일도 적지 않다. 가게 안이 아니라, 키오스크 앞에서 이미 진입 장벽에 부딪히는 셈이다. 즉, ‘디지털 격차’를 넘어선 ‘암묵적 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함에도,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는 구조라면 그것은 결코 ‘혁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1월21일 ‘디지털 포용법’을 제정하면서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가 기술로부터 배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AI 사랑방’ 같은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아직 제한적이며, 지역 간 격차도 크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키오스크의 인터페이스가 업종마다, 브랜드마다 다르다는 데 있다. 오늘 배운 방식이 내일은 통하지 않으니, “배워도 소용없다”는 체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건, 기술 사용의 ‘선택권’과 ‘배려’다. 특히 관공서, 병원, 대중교통, 결혼식장 등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키오스크와 함께 ‘사람이 있는 창구’가 반드시 함께 운영되어야 한다.
기업도 키오스크를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닌 ‘배리어프리(Barrier-Free)’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고령자 전용 모드, 음성 안내, 큰 글씨 등 사용자 친화적 설계가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단순 기능 중심의 디지털 기기를 따로 개발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는 아날로그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도 도입되고 있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지, 사람을 시험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키오스크 앞에서 주저하는 노인의 모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진짜 디지털 전환이란,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