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1 특별취재팀(윤여진·박은미·김아름 기자) |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형사 책임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이 중대 분수령에 들어섰다. 이번 구형은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선 여러 재판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향후 이어질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의 방향성까지 가늠하게 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 쟁점은 ‘권한 남용’과 ‘법치 훼손’ = 특검이 제시한 범죄의 핵심은 단순한 직권 남용을 넘어 최고 권력자가 헌법 질서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를 형식적으로만 운영해 다수 국무위원의 헌법상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계엄 선포 이후 허위 문건을 작성·폐기하고,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한 행위는 범행 은폐 시도로 판단했다.
특검이 혐의별로 형량을 세분화해 구형한 것도 주목된다. 체포 방해에만 징역 5년을 책정한 것은 사법 절차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 행위를 가장 중대하게 본다는 의미다. 국무위원 권한 침해와 비화폰 기록 삭제, 허위공문서 작성 역시 각각 헌법 질서와 공적 기록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 묶어 엄중히 평가했다.
◆ “사과 대신 부인”이 불리하게 작용 = 박억수 특검보는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과나 반성 대신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수사 절차의 위법성만을 주장하며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양형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재판부는 범행의 중대성뿐 아니라 피고인의 반성 여부, 책임 인식 등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특검이 “다시는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남용 범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은 이번 사건을 개인 범죄가 아닌 헌정 질서 수호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중형 구형 자체가 법 앞의 평등과 권력 견제 원칙을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 내란 혐의 재판의 ‘예고편’ = 이번 재판은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비상계엄 관련 사건 중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많다. 본류로 꼽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별도의 재판부에서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이번 구형이 주목받는 이유는, 특검과 법원이 비상계엄 사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재판부가 특검의 논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중형을 선고할 경우, 내란 혐의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형량이 크게 낮아질 경우, 향후 재판에서 방어 논리가 힘을 얻을 여지도 있다.
◆ 정치·사법적 파장 불가피 =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징역 10년 구형은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사법 절차의 문제를 넘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평가가 법정을 통해 공식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1심 판결은 단순한 유·무죄 판단을 넘어, 권력과 법치의 관계를 다시 묻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