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의 밤샘 필리버스터…여야 갈등 첨예

시사1 박은미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기록적인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단순한 ‘최장 발언’ 경신을 넘어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무제한 토론 연단에 올라 밤샘 발언을 이어간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의 필리버스터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둘러싼 국민의힘의 위기감과 직결돼 있다. 이 법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 등을 전담할 재판부를 별도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특정 사건을 겨냥한 ‘맞춤형 입법’이자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해왔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가 직접 위헌성을 강조하며 장시간 토론에 나선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장동혁 대표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점은 향후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의 선택이 곧바로 여야 정면충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일 뿐 저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토론은 실질적 저지보다는 여론전과 명분 쌓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킨 장면 역시 이례적이다. 장관이 공개적으로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며 정치 현실을 언급한 것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법안 하나를 넘어 여야 간 극한 대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결국 장동혁 대표의 ‘최장 필리버스터’는 기록 그 자체보다도, 다수당의 입법 강행과 소수당의 저항이 반복되는 현재 국회의 구조적 갈등을 드러낸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법안 처리 이후에도 위헌 논란과 정치적 후폭풍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