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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훈의 詩談/68] 우재정 ‘선비문화 수련원에서’

긴 가람을 끼고 휘돌아가는

시골길에 서 있는

옛 선비들의 행렬이

참 기이하다

 

여유란 무엇인가

옷차림으로 말하고 있는 품위와 기품

은은한 양반 기와집 석가래에서 풍기는

솔 향내가 느긋한 여유로 가슴에 잠긴다

 

산 능선의 부드러움을 닮은 선비의

도포 대련 멋스럽고

옛스런 모습에서

옛 고도를 읽는다

 

읽을수록

수련의 폭을 넓히고 더해가는

수련원의 하루

 

-우재정, 시 ‘선비문화 수련원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우재정 시인의 ‘선비문화 수련원에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재정 시인과 필자는 2007년부터 2010년간 한국시낭송가협회 및 백양문학회에서 함께 호흡했다. ‘선비문화 수련원에서’라는 시는 우 시인의 ‘바람에게도 길은 있더라’에 속한 시로써 경북 영주에 위치한 수련원에서 느낀 감정을 시로 탄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우 시인은 ‘그리움의 여백’이라는 처녀시집을 시작해 ‘하늘바라기’, ‘아버지의 뜰’, ‘동행’ 등 적지 않은 시집을 냈다. 그의 시 특징은 변용의 레토릭에 의해 대상이 형상화되거나 재구성되는 등 새로움을 중시하는 매력이 문장 곳곳에 녹아있다. 시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옛스런 모습에서 옛 고도를 읽고, 수련의 폭을 넓히는 선비적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선비문화 수련원은 별천지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1984년 마이클 조던의 미국프로농구 데뷔전 입장권이 지난 18일 약 3억원에 팔린 것과 연관이 깊다. 조던 데뷔전의 입장권은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고 1984년의 시간이 2021년 마지막 달에 잠깐 머물다가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2021년 역시 과거의 1984년의 어느날처럼 빛나는 시간을 미래의 후손들에게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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