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우태훈의 詩談/43]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찬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번 칼럼에서는 김영란 시인의 작품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소개하고자 한다. 1903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일본 아오야마학원에서 영문과를 수학했다. 그는 지난 1934년 4월 ‘문학’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이 작품은 시인의 대표작의 하나로 유미주의적 작품이다. 봄을 기다리고, 봄을 상실하고, 봄을 기다리는 순환적 구조를 지니는 이 작품은 희망을 노래한다.

 

이 시를 소개하는 이유는 최근 정치권에 눈에 띄는 인물을 찾은 것과 연관이 깊다. 30대 청년인 이준석 당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은 ‘나는 국대다’라는 대변인직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고등학교 3학년인 김민규 군이 8강에 올랐다. 김군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관련 지식을 많이 갖춘 점을 보면 안도감이 든다.

 

더욱이 김군은 지난 25일 YTN 채널 뉴스큐에 출연해 국민의힘 대변인직에 출사표를 낸 이유에 대해 “대변인 토론배틀은 이 대표께서 들고 나오신 공약”이라며 “이게 바른정당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 대표님의 정견에 정확히 부합하는 활동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대입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의 입장에서 지원 자체를 오랫동안 고민했었다”며 “하지만 기존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청소년이나 소수층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목소리를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선거권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의무이자 당위이지 않을까 지원을 결심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김군의 소신발언을 듣고 있으니 흐뭇했다. 정당이나 정치적 색을 떠나서 청년들의 정치 관심은 우리나라를 건강하게 만드는 청신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시인의 작품인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필자의 머리를 스친 것 같다.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