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진교병변(陳橋兵變)으로 황제에 즉위 <05>

제2절 무혈쿠데타 진교병변(陳橋兵變) (03)

조광윤이 이끄는 대군은 아침 일찍이 변경성을 떠나 동북방으로 40리를 행군하여 당일 오후 진교역(陳橋驛)에 도착해 주둔했다. 진교역은 당나라 때 판교(板橋)라고 불렸던 곳이며 변경에서 하루 걸리는 거리로, 사람들이 동북쪽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지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그 곳까지 가서 작별을 하던 곳이었다.

조광윤은 이날 저녁에 이번 전쟁의 전략을 곰곰이 구상하면서 술을 몇 잔 마신 후 지휘부의 군막에서 편안히 잠이 들었다. 이 잠이 깨고 나면 자신이 황제가 되어 있을 것을 그는 모른 채 말이다.

그때 군막에서는 천문지리에 밝은 문서관(文書官) 묘훈(苗訓)이 병사들에게 말했다.

「오늘 천상(天象)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나타나 어두운 빛을 뿜으면서 한참 동안이나 싸웠다네.」

전령관(傳令官) 초소보(楚昭輔)도 그렇다고 맞장구쳤다. 마침 정월 초사흘 하늘에 갑자기 흑태양이 나타나 태양을 덮으니 세상은 삽시간에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후에 다시 태양이 떠올라서야 흑태양이 사라졌다.

묘훈이 해석했다.
「태양은 제왕을 상징한다네,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떴으니 이는 두 명의 제왕이 병립해 있다는 말일세. 흑태양이 사라지고 찬란한 새 태양이 떠오른 것은 곧 낡은 제왕이 물러가고 새 제왕이 나온다는 뜻일세. 지금 후주에는 황제가 어려서 나랏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빛나는 업적을 이룬 조점검(趙點檢)이야말로 황제가 되어야 하네. 이것은 하늘의 뜻이라네.」

그러자 군내부가 들끓기 시작하고 새 황제가 출현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사실상 묘훈이 말한 것은 일식(日蝕)현상이었다. 그것을 구실로 조광윤이 천명(天命)을 받고 나라의 새 황제가 된다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송사(宋史)』에는 조광윤이 출정한 그날 “하늘에는 또 다른 태양이 나타나 오랫동안 어두운 빛을 내면서 마찰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날 밤에 많은 장병들이 모여서 의논이 분분했다.

「황제가 어려서 친히 국정을 다스릴 수 없는데 우리가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적을 물리친들 누가 알아주겠는가? 아예 먼저 조점검(趙點檢)을 황제로 옹립한 다음 북정을 개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장병들은 그런 황제를 위해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군(軍)이 동요하기 시작했고 기세등등한 장령들은 더 이상 전진하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