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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사 시대, 기자의 갈길은 어디일까

18일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주최 기자 윤리 토론회

로봇 기자가 기사를 생산한 시대, 기자들의 설자리는 어딜까.

지난 1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한국인터넷기자협회(회장 김철관) 기자윤리 선포식 및 인터넷기자와 윤리 토론회에서 로봇이 만든 기자에 대해 화두가 됐다.

이날 발제를 한 도형래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사무총장은 ‘인터넷기자와 윤리’를 설명하면서 AP통신의 로봇기자와 기사로 말문을 열었다.

도 사무총장은 “로봇이 기사를 생산하는 로봇저널리즘 시대에 살고 있다”며 “AP통신이 자동 작성 솔루션을 이용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 AP는 분기당 3000여건의 기업 실적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했다”며 “이는 그동안 AP기자나 에디터가 작성했던 기사 수의 10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도 사무총장은 “AP에 자동작성 기사를 제공하는 Automated Insights는 초당 9.5개의 기사를 생산하는 속도로 2013년 총 3억 개에 이르는 기사를 생산했다”며 “2013년 로봇이 생산한 월평균 15000개의 기사를 미국 주요 언론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 자동작성 기사는 2009년 미국의 한 대학 학생들이 지역신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실행해,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지역 언론의 편집국이 빠르게 축소되고 기자들의 노동 강도는 더욱 높아지는 현실에서 기자의 단순노동을 줄여,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자는 의도에서 개발됐다”고 피력했다.

이어 “결국 기자가 담당한 역할 가운데 상당부분을 이미 기계가 대처하는 수준으로 발전에 가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이를 대규모 언론사에서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 사무총장은 “로봇으로 인한 기사 생산 자동화 시스템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기사 대량생산시스템인 인터넷 뉴스팀을 만들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는 연예기획사, 영화사, 방송사. 거업체 등 보도자료 만들어 뿌려지고 있다”며 “심각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포털의 어뷰징 기사도 여기서 만들어 진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로봇과 알바가 쓰는 기사가 읽히는 시대”라며 “이런 구조에서 기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기사생산자로서 가치를 높이는 고급전략과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는 변화한 언론사와 언론환경에 스스로 이름값을 지켜나가면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며 “기자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이를 억압하는 모든 권력과 투쟁하며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야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자가 그 지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로봇과 기사를 생산하는 익명의 컨베이어벨트(인터넷팀)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며 “ 그것이 바로 기자 윤리이고, 기자 윤리는 언론사 노동자와 언론노동자라는 현실을 사회적 지위에 대한 책임을 반영하면서도 기자가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어떠한 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창은 <대자보> 발행인의 사회로 토론을 한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로봇기자의 기사 생산은 기자의 위기이자 언론의 위기를 말한 것”이라며 “포털에 의지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기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세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 연구원은 “기자의 사회적 위상은 스스로 변화했다기보다 외적 요인에 의해 기인한 점이 크다”며 “뉴스 콘텐츠가 인터넷 환경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종속됐기 때문에 뉴스 생산자의 사회적 위상이 변화했다”고 밝혔다

이준희 <데일리코리아> 편집국장은 “로봇이 기사를 쓰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언론인으로 책임을 느낀다”며 “이럴 때 일수록 기자의 윤리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는 사회적 현상, 경제적 현상을 보고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야 한다”며 “이것이 기사를 쓰는 로봇과 기자와 다른 점이고, 여기서부터 기자 윤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대부부의 미디어를 소비하기 때문에 인터넷기자들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영향력이 커진 것과 별개로 스스로의 권위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윤 사무처장은 “자유뿐 아니라,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같이 하는 게 기자들의 소명이라고 생각된다”며 “어러운 언론환경이지만, 조금더 힘을 내서 좋은 보도와 용기있는 보도를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전용상 뉴스엔뷰 발행인은 “언론사의 입장에서 국가권력, 자본, 메이저 언론 등의 압력으로 조그만 신문사들은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느냐 고민하는 암담한 현실에 처했다”며 “이런 현실에서도 윤리를 지켜나가면서, 왜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지는 기자로 남고 싶어서 윤리강령을 선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한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은 “최근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보도에서 나타났듯이 과거 수십 년 전부터 언론윤리에 대한 논의해 왔고, 규모가 있는 언론사들 가운데 윤리강령이 없는 곳이 없지만 지켜지지 않는다”며 “기자들이 나서서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철관 회장은 “인터넷기자협회는 압으로 윤리강령을 더 구체화 시키고 나아가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더욱 실천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기자윤리강령 선포식이 이어졌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 기자윤리강령 선포 의의와 취지를 설명했고, 윤여진(시사1 대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이 윤리강령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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