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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의 경계 (18)

박선희 박사의 힐링 칼럼

우리가 경험하는 의식의 자각은 주로 깨어있을 때, 꿈꿀 때 그리고 잠잘 때 경험하는 의식 상태를 말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을 빙산에 비유하여 물위에 떠있는 부분을 의식, 물아래 잠겨있는 몇 배나 크고 광대한 부분을 무의식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즉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의식은 아주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은 광대한 미지의 세계임을 의미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특히 무의식에 관한 정신분석학자로 매우 유명하다. 그러나 심연한 무의식의 세계에 이어져 있는 우주의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의 무의식 연구에는 한계가 있었던 듯하다. 무의식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자아로 여기는 경계가 옅어지고 인류 전체의 인류의 집단 무의식과, 더 나아가 우주의식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애초에 인간의 능력으로 인지할 수 있는 의식의 한계가 물아래 있는 빙산 전체로서 확장되어 있었다면, 투시이니 예시니 초의식니 하는 것들이 초자연적 현상들로 분류되지도 않았을 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동양의 고대전통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진동이고, 그리고 겹겹으로 이루어진 진동의 층은 각각의 에너지 장으로 되어 있고 에너지장의 진동은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에너지장의 진동과 연결되어 끝없는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고 믿고 있었다. 성인들, 붓다, 요기들, 신비가들, 샤먼들과 예언자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통하여 이 에너지장과 같은 것을 감지하면서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근본을 터득했다고 한다.

 

“나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름과 라벨을 붙임으로써 당신은 모든 다른 것, 어쩌면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모든 것을 부정한다. 라고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했다. 우리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하나의 사물을 한계 안에 가둬놓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도 ‘나는 아무게다’ 라는 라벨을 지어놓는다. 나는 동양인이다. 나는 여자다. 나는 xx 대학 출신이다 .

 

나는xx을 좋아한다. xx을 싫어한다등 끝없이 한계를 지어 놓고, 할 수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나‘인것과 나 아닌것에 대한 경계를 뚜렷하게 그어놓고 있다.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정해 놓고 그 경계 내에서 만들어놓은 페르소나(persona; mask 라는 뜻이며 외부로 들어난 인격을 말한다)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내가 누군데‘ 나 xxx 아무게야’ 하며 그런 내가 존재하도록 정의하고 그것을 존재하도록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나‘가 창조되면서 수많은 경계를 만들어 낸다. 이렇듯 인간은 빙산의 일각인 일상적 의식에 집중하여 끊임없이 경계 만들기 작업을 하고 그 경계를 존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생을 바친다.

 

앞의 칼럼에서 언급한 영능자나 샤먼들과 같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할 수 없는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 이지만, 반대로 타의든 자의든 간에 ‘나’를 만들어놓은 경계선 때문에 능력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면 국제멘사협회 회장 을 지낸 천재 빅터 세리브아코프의실화를 담은 책 <바보 빅터> 는 보면 어떤 사람의 실수로 인해 IQ 173인 천재 빅터가 17년 동안이나 IQ 73이라는 바보로 낙인 찍혀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가족들이 단순히 '못난이' 라는 한말 때문에 못난이 콤플렉스에 갇혀 살며 자신의 진가를 알지 못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해 ‘나’를 실재보다 훨씬 낮게 평가하였고 이로 인해 참으로 어이없는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뇌는 일단 믿음이 생기게 되면 그 믿음을 철회하는 일이 어렵다고 한다. 설사 그 믿음이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뇌는 이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만약 믿음에 반하는 상황에 닥치게 되면 뇌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속성이 있는 까닭은 이때문인 것이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 에서, 여우가 포도가 너무 높이 달려있어 자신의 능력으로는 딸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저것은 맛없는 신포도야” 하며 합리화 시키는 현상과도 비유된다. 이렇게 우리는 살아가면 많은 잘못된 경험과 헛된 믿음으로 자신에게 경계선을 치게 된다.

 

살다가 보면 정체성의 위기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켄월버는 이는 '진정한 나'로 느껴지는 마음, 정신, 에고, 성격 등이라 불리는 부분의 선을 어디에 어떻게 그을 지 결정할 수 없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정의 했다. 천재는 잠재능력 계발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경계선을 만들어낸 우리의 뇌는 잠재적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식과 주의를 기울이면 그런 능력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장애를 가진 사람을 보면 보통사람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거나 불쌍한 장애인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몸의 어느 부분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다른 감각이 더 예민하게 발달한 경우가 많다. 어떤 한 감각의 기능이 제한되면 이를 보완해줄 다른 감각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글자와 소리를 색이나 패턴으로 보거나 하는 공감각 초능력자 또한 장애의 일종이라 하는데 이러한 감각능력으로 인해 성공한 예능인들이나 예술가들도 종종 있다.

 

자폐증 환자는 대상 전체를 쉽게 보지 못하고 대신 대상의 세부적인 특징에 집착하기 때문에, 엄마는 우리아이가 한 가지 분야에 미쳐 있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일부 시각 장애인은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초음파를 이용해 사물을 구별해 내는 박쥐나 돌고래와 같은 원리로 물체의 크기나 위치를 파악한다. 인간에게 박쥐와 같은 능력이 발휘되다니 상상도 못해본 일이다. 다니엘 키쉬는 생후 13개월에 시력을 잃었지만, 반향 위치 측정의 형태를 통해 보는 법을 배웠다. 혀로 소리를 만들어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메아리로 방향과 거리를 판단하는 반향정위(反響定位) 능력이 있다고 한다.

 

경계선을 없애버리면 의식이 확장된다. 진정한 나라고 느끼고 있는 마음, 정신, 에고, 성격 등의 경계선을 치우게 되면 의식은 잠재의식까지 확장되고 더 넓고 깊이 들어가면 나와 공명되는 우주 의식을 만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의식이 자연과 합일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의식의 확장되는 경험할 것이고, 의식은 우주만큼 확장되기 때문에 ‘나’ 라는 경계선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자아는 경계선을 만들어 개개인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편승하므로 써 완성된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최준식, 2015, 무의식 연구의 새로운 지평: 일상과 초일상을 아우르는 자아발견 프로젝트, 한울아카데미

 

켄 윌버 (Ken Wilber), 2012, 무경계, 정신세계사

 

호아킴 데 포사다, 레이먼드 조, 2011, 바보 빅터, 편집부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내면의 세계, 외부의 세계(Inner Worlds, Outer Worlds), 2012 다큐(HD)

 

https://www.youtube.com/watch?v=-5ETrjnIC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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