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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얼굴 없는 천사, 16년째 세밑 선행

30일 오전 9시 53분.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 중년 남자의 목소리로, 통화 내용은 “가로등 숲 안에 있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딱 한 마디였다.

 

이 전화를 받은 정용복 노송동 장애인 행정도우미는 “목소리로 보아 40~50대 중년 남자로 보였다”면서 “짧은 말 한마디만 남기시고, 미쳐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중년 남자와 통화내용에 따라 확인해보니 기부천사 쉼터 내 화단 앞에 A4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고,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들어있는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금액은 모두 5,033만9,810원으로 집계됐다.


천사가 남긴 편지로 보이는 A4용지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큰 글씨체로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혀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준 이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목소리가 40~5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는 사실 외에는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천사가 올해로 16년째 총 17차례에 걸쳐 몰래 보내 준 성금은 총 4억4,764만1,560원에 달한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전국에 익명의 기부자들이 늘어나게 하는 ‘천사효과’를 일어나게 했다.


이와 관련,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과 봉사활동을 다채롭게 펼치고 있다.
지난 2010년 1월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숨은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당신은 어둠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얼굴 없는 천사의 비’를 세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얼굴 없는 천사가 오갔을 주민센터 주변에 기부천사 쉼터를 조성해 준공식을 앞두고 있으며, 옆 대로는 천사의 길’,  인근 주변은 ‘천사마을’로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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