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동결 원인으로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아야 할 정도로 국내 경기 둔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8일 서울 세종대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1.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되고 나서 올해 들어 계속 동결됐다.
이날 금통위의 결정은 예견된 결과였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5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지난 3~8일 104개 기관 채권 관련 종사자 200명을 상대로 한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자의 97%가 이번 달 기준금리에 대해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한은이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경기 둔화다.이 총재는 이날 금리 하향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1%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금리를 올릴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월까지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9개월째 이어가고 있는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물가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위기감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동시에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의 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에 그쳐 국내 경기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지난해 9~10월 2%대로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해 12월 1.3%로 추락해 올해 1월(0.8%)과 2월(0.5%)에 이어 3개월째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은행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며, 체감 물가 상승률은 2%대로 소비자물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의 발목을 잡는 핵심 요인이 16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다. 최근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가계소득이 그 만큼 확대되지 않고 있어 금리를 상향 조정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한 측면도 한은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이유로 꼽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경제 변수가 계속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들어 갑자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모드로 급선회 한 점도 세계 금융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