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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의용,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 민족의 명령"

평양정상회담, 북미대화 진전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 강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3일 서울안보대화 개막식에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지난 65년간에 걸쳐 드리웠던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민족의 명령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SDD)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고 밝혔다.

정 실장은 또  평양정상회담에 대해선 "남북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는 한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 문제를 상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번 평양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과정에 다시 한 번 돌파구를 마련하여 북미대화와 비핵화 진전을 추동할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를 명실상부한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원칙에 합의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경비초소(GP) 철수와 공동유해발굴 등 구체적 조치들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기조연설 전문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2018년 제7회 서울안보대화에 참석해 주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대표, 국내외 안보전문가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송영무 국방장관님과 서주석 차관님을 비롯하여 이 대회를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안보대화는 지난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정세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된 시점에 개최되어 더욱 뜻깊은 모임이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평화: 갈등에서 협력으로?라는 이번 회의 주제 또한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되돌아보면 지난해에는 한반도에 갈등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암울한 시기였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거듭했고,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제재는 더욱 강해졌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안마저 거론되었습니다. 심지어 핵전쟁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한반도 문제를 대화로 평화롭게 풀어나간다는 원칙 아래 관련국과 국제사회와 적극 소통하고 협력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상호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해 나갈 것을 제의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밑바탕이 되어 4.27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공동성명?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두 합의의 가장 큰 의미는 남북미 정상들이 최초로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합의했다는 데 있습니다.

 

남북한 정상들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실현이 공동의 목표임을 공식 확인하였습니다. 한국정부가 북핵문제에 대해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설득할 수 있는 토대가 남북 정상간 합의로 마련된 것입니다. 이는 그 동안 북한이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고 하면서 한국과의 논의에 소극적 입장을 보여 왔던 것과 대조됩니다.

 

이어진 북미 정상간의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공약하였습니다. 이로써 북미간에 비핵화 협의가 개시되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상호 선순환 하는 큰 틀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세 개의 바퀴가 함께 앞으로 굴러가야만 한다는 현실적 인식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또한 상황에 따라 때로는 남북관계가, 때로는 북미관계가 비핵화를 견인해 나갈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담고 있습니다.

금년도 상반기는 남북미 정상들의 이러한 전략적 판단과 결단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완전히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 시기였습니다. 3월 대북특사방문과 4월과 5월의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이 6월의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장 폐쇄와 같은 의미 있는 조치가 뒤따랐습니다. 순조로운 흐름이 이어지던 가운데 최근 북미간 비핵화 협의 과정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한 번 선순환의 흐름을 되살려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있습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의 일원으로 지난 주 평양을 다시 방문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협의를 가졌습니다. 이번 특사단 방북 계기에 남북은 올 들어 세 번째 정상회담을 다음 주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과정에 다시 한 번 돌파구를 마련하여 북미대화와 비핵화 진전을 추동할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판문점선언의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확인하는 한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 문제를 상의할 예정입니다.

 

특히,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도 비핵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지난 번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에 대한 확인이 있었습니다

 

. 이번 만남에서는 양 정상간 더 깊이 있고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운 국면을 맞이한 북미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기를 바랍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가겠다는 의사도 표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깊은 신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간 오랜 적대적 역사를 청산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직접 비핵화의 시간표를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자신의 비핵화 의지를 의문시하는 국제사회 일각의 목소리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고 종전선언에 대한 일부 우려를 해소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우리 특사단은 김 위원장이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대해 비핵화와 이를 달성하려는 자신의 의지를 적극 소통하고자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특사단 방문 계기에 남북은 또 하나의 중요한 합의를 하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군사 분야에서의 포괄적 협력 방안에 관한 협의를 다음 주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종결짓고 상호 군사적 신뢰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입니다. 이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지난 65년간에 걸쳐 드리웠던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민족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남과 북은 전세계에서 가장 화력이 집중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발적인 무력 충돌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 전제이자 환경입니다. 남북간 긴장완화는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것입니다. 군사적 긴장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핵 없이도 번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됩니다.

우리 정부는 4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부터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남과 북은 지난 5월 초 상호비방에 이용되어 오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방송시설을 철거했습니다. 7월에는 2년 넘게 단절되어 있던 군사당국간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구하였고 8월 중에는 동해지구 군통신선을 개통했습니다.

 

남북 군당국자가 군사분계선 사이에서 확성기(bull horn)를 이용해 육성으로 대화했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이제 사라진 것입니다. 6월과 7월 두 차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렸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진전을 보았습니다.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를 명실상부한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원칙에 합의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경비초소(GP) 철수와 공동유해발굴 등 구체적 조치들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또 남북간에 전쟁위험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소해 나가기 위해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상호 적대행위를 금지하는 문제와 함께,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와 안전한 어로활동 보장을 위한 서해 평화수역 설치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남북은 군 당국간 신뢰구축을 넘어 사실상 초보적인 수준의 운용적 군비통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 14일, 남북은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 안에 개소합니다. 분단 이후 최초로, 양측은 이제 더 이상 만남 그 자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지 않아도 되는 상시연락체계를 갖게 된 것입니다. 공동연락 사무소는 남북관계 제도화의 획기적인 토대를 제공할 것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북관계 개선 촉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제 닷새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각적 대화와 노력들이 하나로 모아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또 하나의 큰 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주어진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열어가기 위해 모든 국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다시 한 번 마주 앉아 또 하나의 통 큰 결단을 내리는 장면도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의 지지입니다. 한미 동맹은 굳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양국의 공조는 어느 때 보다 단단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한미 정상은 6차례 회담과 20여 차례의 통화를 통해 깊은 신뢰를 쌓았습니다.

 

다음 주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9월말 뉴욕에서 한미간 정상회담을 또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외교부, 국방부, NSC 등 각급에서의 소통도 활발하고 긴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도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여 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특사단에게 자신이 내린 비핵화 결정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스스로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지난 정부 9년간 북핵 문제를 힘으로만 해결하려 했던 시도는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었고,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향한 남북미의 합의는 서로에 대한 약속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엄숙한 서약입니다.

 

서로 신뢰를 갖고 이 약속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이 목표는 조기에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먼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투철한 주인의식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국제사회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지지하고 함께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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