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포스트 메뉴

이명인가? 우주의 ‘옴’소리인가? (21)

박선희 박사의 힐링 칼럼

우리는 살면서 보통 외부의 소리에 젖어 살고 있다. 외부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무슨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거나 이명耳鳴이라 하여 병적인 증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내가 귀울림과 같은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것은 일본유학 시절이었다. 그 당시 나는 몇 년간 방안에 틀어박혀 논문쓰기에 몰입했는데, 한번 몰입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외출도 하지 않을 정도 였다. 그 당시 내 감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하나가 이명 소리를 듣게 된 것이었다. 어떤 때는 소리울림이 강력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뇌 중앙에서 전기가 타고 올라가면 머리 전체가 마비되어가는 듯 혹은 고체화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때론 거대한 소리의 진동이 방안전체를 울리고 있는 듯 어이없는 경험도 하곤 했다. 그때 이후 그 소리는 나의 일부가 되어 나와 함께 존재 하고 있다.

 

이 소리는 언제나 존재한다. 이 소리는 들으려고 집중하면 들리고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으면 사라진다. 따라서 그 소리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생각이 멈춰진다. 언제부터인지 소리에 집중하면 몰입하기 쉽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고, 명상할 때 이 소리를 들으면 자연적으로 마음이 비워졌다. 내가 이 소리에 적극적인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쿤다리니 요가 수행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한 시간 삼십분 가량 계속되는 쿤다리니 요가 수업의 마지막 단계는 등을 대고 누워서 전신을 완전히 이완시켜 명상에 들어간다. 이때 지도하는 사람에 따라서 방에 걸려있는 커다란 징을 쳐준다. 편안하게 등을 대고 누워 징의 울림소리를 즐기고 있었는데 불연듯 쿠우~ 앙~~하고 울리는 소리가 내안의 소리와 함께 일치가 되면서 지극한 행복감을 경험하였다. 징소리의 진동과 내안의 소리가 함께 공진하면서 느끼는 감각은 특별했다. 내가 소리인지 소리가 나인지 그저 나는 진동이고 에너지였다. 지극히 행복한 공진상태는 일체된 느낌이었다. 바로 내가 춤을 출 때 느끼는 감각으로 나를 최고의 힐링 상태로 유도했다. 반복되는 체험 이후 내안에서 들리는 이 소리가 단순한 이명이 아니라는 확신을 했고, 이 소리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알아야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세상에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명 혹은 자기 안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내면의 빛과 소리를 이용한 수행법이라는 것이 행해져 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수행법은 대부분의 인도 성자들에 의해 열반에 달성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종교 시크교의 창시자 구루 나낙(Guru Nanak)은 우주의 소리에 대한 내적 발견에 의해 종교를 창안했다고 한다. 시크교 철학의 중심교리는 ‘익콘카’ (Ik Onkār)라고 하는데 이는 항상 흐르는 신성한 멜로디이며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신의 소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내면의 소리를 듣는 전통적인 명상법으로 나다(nada) 명상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 또한 인도철학을 근본으로 하여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왔으며 내면의 섬세한 우주적인 소리를 듣기 위한 명상법이다. 나다는 내면의 미세한 소리를 들음으로써 의식세계가 활성화되며, 의식의 미세한 세계를 체험하고 그것을 넘어서 깊은 초월의식을 체득하게 된다고 하는 믿음이다.

 

부처님의 말씀에도 내면소리에 관한 기록이 있다. 능엄경에서 “관음보살이 말하길 내면에서 나는 미묘한 소리에 집중하여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관음를 칭찬 하시고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는 아난다와 제자들에게 말하길, “외부로 향하고 있는 청각을 반대로 향하게 하여 내면에서 나오는 마음의 본질과 완벽하게 일체된 본래의 소리를 들으라. 그것과 함께 완전히 순응하여 살게 되면 당신은 곧 최고 깨달음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관음觀音'이란 소리의 진동을 관觀한다는 뜻으로써 고대로부터 많은 경전에서는 이 소리를 우주의 진동으로 불러 왔다.)

 

이처럼 익콘카’ (Ik Onkār) 혹은 우주의 소리인 ‘옴’ 사운드등은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학에서는 영적 깨달음으로 인한 것으로 인식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 성자들에게 있어서는 열반에 달성하기 위한 신성한 소리가 서양 의학에서 이명(耳鳴)으로 간주된다.

 

인도의 영적 스승인 파라마한사 요가난다(Paramahansa Yogananda)에 의하면 ‘옴’ 사운드는 깊이 명상하고 있는 요가의 차크라에서 나온다고 한다. “처음에는 꿀벌이 윙윙 거리는 소리, 그 다음은 플루트소리, 다음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름답게 멀리 연주되는 하프 소리가 들릴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OM의 웅장한 소리가 붕괴하는 바다와 같은 물소리처럼 들릴 것이다”요기들이 듣는 이 멋진 소리가 이명을 듣는 사람의 소리와 다 일치하지는 않지만 유사점이 있기 때문에 서양 의학에서 이명(耳鳴)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사려 된다.

 

미국 이명 협회 (American Tinnitus Association)에 따르면, 5 명 중 1 명은 이명이 있으며 다양한 소음을 경험한다고 한다. 귀에서 매미나 풀벌레 우는 소리, 기차나 파도 소리, 바람 소리, 피리 소리, 휘파람 부는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항시 나거나 얼마간 멎었다가 다시 들리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명을 듣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는 요기가 듣는 ‘옴’소리 혹은 차크라 소리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윙윙 거리는 소리, 활활 타오르는 소리, 바다의 소리, 심지어 귀에 들리는 음악까지도 의사의 설명에 의하면 모두 이명증상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이명환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소리의 패턴이 있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듣고 있는 소리가 이명인지 아니면 우주의 ‘옴’소리인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영국 이명 협회와 미국 이명 협회에서 제공한 이명 사운드 샘플을 들어보길 바란다. 일치하지 않아도 겹치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할 것이다. https://www.ata.org/understanding-facts/symptoms

 

이명이 어떤 병적인 요인에서 기인했다면 그 부분을 치료해야겠지만 원인을 모를 소리가 계속되고 그 소리가 건강과 생활에 어떠한 장애도 주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우주의 진동소리를 듣고 있을 지도 모른다. 병적인 증상으로 간주되는 증상을 영적 깨달음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자기가 듣고 있는 내면소리가 이명인지 신성한 우주의 진동소리인지는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겠다. 다음 칼럼에서는 내면에서 울리는 소리에 관해 좀 더 상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자료

 

Edward Salim Michael (2010), The Law of Attention: Nada Yoga and the Way of Inner Vigilance

 

https://en.wikipedia.org/wiki/N%C4%81da_yoga

 

의견투고

 

dansonergy@gmail.com

 

 

 

배너

포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