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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의 심리특성 / 신명난다 (17)

박선희 박사의 힐링 칼럼

우리가 생각하는 샤먼/무당의 특성을 말한다면, 신기가 있는 사람, 영적인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바탕 신명난 무당의 굿판을 연상하면 한국무당들의 심리적 특성을 그려낼 수도 있겠다. 실제로 샤먼shaman 이라는 말의 어원은 시베리아 퉁구스족의 흥분 및 고양상태에 있는사람혹은 아는사람이라는 saman 이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샤먼의 트랜스 상태의 연구에 몰입하고 있을 즈음, 필자는 특별한 영적능력을 가진 샤먼들은 의식 상태는 보통 일반인과 다른 것일까, 그들에게만 보이는 성격특성이나 병리적인 부분은 없는가 하는 것에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MMPI (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라고 하는 다면적 인성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여기서 복잡하고 심오한 연구 결과를 나열하기 보다는 간단하게 샤먼의 심리특성의 핵심을 말하자면 ‘경조증(Ma; Hypomania)’ 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무당군의 심리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일반인군과 정신분열증군 또한 검사를 행하여 이를 각각 비교분석하였는데, 무당군만이 정신병리적 특성을 평가하는 10개의 임상 척도중 경조증(Ma; Hypomania)이 특히 가장 높은 상승을 보였다. 이는 MMPI의 검사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였다. 이 척도의 상승은 정신병으로 오인되기 쉬운 특성이기도 하나, ‘기분의 고양’ ‘활동적이며 외향적’ 인 무당들의 성격특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경조증이란 “정신적 에너지를 측정하는 척도로서 이 척도가 높으면 그 사람은 정력적이고 그 정력으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는 무당들의 뇌내 호르몬의 수치였는데, 뇌내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도파민과 앤돌핀의 수치가 일반인에 비교해 현저하게 높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이다. 도파민의 기능은 스스로 동기를 유발하는 셀프 모티베이션과 의욕적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하고자 하는 에너지와 의욕을 샘솟게 한다. 우울증 환자에게 도파민 보충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완화되는데, 도파민이 적당하게 분비되면 행복감을 주고 자신감, 의욕, 욕망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과다하게 분비되면 강박증, 정신착란, 과대망상 등에 시달리게 된다.

 

이러한 경조성 심성이 발하고 도파민이 풍부하게 분비되는 상태란 신이 절로 나고 노래와 춤이 저절로 추어지는 흥이 나는 심신 상태인 것인가? 무당들에 의하면 신명이 나지 않으면 신이 몸에 실리지 않고, 신이 실리지 않으면 결국 굿을 망치게 된다고 한다. 이 신명나고 흥이 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몰입의 상태를 의미한다. 깊은 몰입에 빠지게 되면 무아지경에 이르러 깊은 트랜스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러한 것이 신들림의 상태라고 묘사할 수 있겠다. 이처럼 경조성과 높은 도파민의 수치는 열광적, 충동적 특성이 신들림의 상태에 빠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신기神氣라는 말은 모든 예술의 최상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신기 있는 예술가들은 사람들의 마음과 뇌를 관통하는 예술을 창조해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예술에도 창조적인 순간이 있으며 이 순간에 내가 없어지는 무아경의 상태가 되고 샤먼들에게 있어서는 신이 들어온 상태를 의미한다.

 

이 신명나는 상태란 사실 무속인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우리 민족들은 참으로 신명이 많은 민족이다. 이번 여름 십년 만에 일본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이 있다. 일본인에게는 한국인에게 보이는 강도 높은 신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일본사람에 비해 신명이 많아 흥도 많고, 충동적인 특성 많아 화도 많다. 일본에 오랜 기간 살면서 항상 신기하고 궁금하게 여기던 점 중에 하나가 전철이나 길거리에서조차 큰 소리가 나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유명연예인들의 대다수가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는 일본의 정상급 가수도 대부분 한국계가 많다.

 

한국인의 흥과 신명의 에너지는 집단무의식에 존재하는 우리민족이 가진 심성의 원형적 특성이라고 본다. 이러한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우리민족의 자질과 능력이 한류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 옛날 기록에 의하면 한민족은 춤과 노래를 아주 좋아하는 민족으로 기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어느 민족에 비교해도 신명과 흥이 많은 민족이다. 이러한 신기로 단시간에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낸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이러한 역동적 에너지가 충동적 에너지로 변질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이 신명과 흥을 한층 더 뿌리 깊고 질 높은 문화와 역동적인 사회로 승화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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