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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할 수 있는 빙의’와 ‘제어할 수 없는 빙의’ (16)

박선희 박사의 힐링 칼럼

앞의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샤먼들은 환시, 환청 그리고 혼령에 빙의 된다는 점에서 정신분열증 환자와 몹시 비슷하다. 샤머니즘연구의 대가 엘리아데Eliade를 비롯한 인류학자들은 정신병 환자를 ‘제어할 수 없는 빙의’ 샤먼을 ‘제어할 수 있는 빙의’로 구분하고 있다.

 

이 말을 알기 쉽게 말하자면 ‘제어할 수 있는 빙의’란 마치 내집(내몸)에 허락을 받고 혹은 내가 초대해서 들어오는 손님이라고 한다면 ‘제어하지 못하는 빙의’란 허락받지 않고 들어오는 도둑과 비유된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잡귀가 환자의 몸에 빙의되는데 이때 환자의 의식은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된다. 이에 반해 샤먼은 필요에 따라 신령을 불러내어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빙의를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정신병환자는 세계 인구의 약 1% 가량이 앓고 있고, 세계 인구 4명 가운데 1명이 일생동안 1번 이상 정신·신경 질환을 앓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정신분열증 (조현병)은 의외로 흔하며 앞서 언급한 천재수학자인 존 내시와 같이 남성 고학력자에게서 자주 발병한다고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또렷이 보이고 들린다고 하는데 환시는 매우 정밀하게 세부까지 묘사 한다고 한다. 즉 없는 것을 보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는 정말 보이고 들린다는 것이다. 조현병환자들이 환시 환청을 들을 때 MRI 스캔을 해보면 실제로 보고 듣는 것과 같은 뇌의 활동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이 자의가 아닌 내면의 무언가에 의해 조정당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현병을 극복한 존 내쉬 John Nash의 아들 존 찰스 내쉬John Charles Nash 역시 수학의 천재이며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존은 이렇게 말한다. “내안에서 신이 말을 해요. 예를 들면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있으라고 하지요. 신의 명령대로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있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이렇듯 스스로가 제어하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극단적으로 민감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뿐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들이 보고 들려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힘들다고 한다.

 

신을 받아들여 신령을 위해 또는 신령의 능력에 의해 살아가는 무속인들 조차 초기에는 신에게 조정당하는 시기를 거처야 한다. 내림굿을 받고 샤먼이 된 후에는 신병시의 무차별적인 빙의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자신들이 모시는 신령들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무속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신을 받아들이고 신령의 능력에 의해 인해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이를 제어하고 사람과 신령들의 매개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신에게 제어당해서는 그 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내림굿을 받으면 곧 신과의 교감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한 번의 신내림으로 모든 것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항시 신와 교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한 10번하면 한두번 정도 신의 소리를 들을수 있어요. 우리는 신도아닌 그저 영매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神氣와 신의 맑은 기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요.”

 

특히 이승에 맺힌 한이 많아 떠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조상령들이 빙의하면 무당은 죽음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보통 의뢰인의 조상신이 실리게 되면 그들의 죽기전의 현상을 그데로 재현 하게 되는데 어떤때는 무언가에 맞아 정신을 잃고 죽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령들이 하라는 대로 다하면 인간으로서의 생활은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는 것이다. 무속인들은 미숙한 무당에서 성숙한 무당으로 거듭나므로서 신에게 휘둘리지 않고 인간이 중심을 잡아가게 되는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이처럼 샤먼들은 오랜 수련을 통해 신과 인간사이의 관계에서 중심을 잡아 신령과 자신과의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며 give & take 의 상호관계 속에서 안정된 삶 을 살아가게 된다.

 

필자의 연구분석 '무속인들의 성무과정과 의식의 변화' 에서도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견할수 있었는데 갓 무당이 된 애동과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숙련된 무속인들의 의식 상태는 다르다는 점이었다. 즉 트랜스상태에 빠지는 심도가 깊고 자기의식이 거의 없다고 답하는 이들은 무당 경력 5년 이하의 무속인들 이었고, 무당 경력이 길수록 빙의시 자기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속인이 된지 얼마 안된 애동들에게 신령에게 빙의되었을 때의 의식상태를 물으면 “기절한 듯이 생각이 안난다” “나는 없다” “나의 의식은 신에게 맡겨진 상태다” 등이라고 답한다. 이들의 대답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무경력巫歷이 짧을수록 아직신령을 제어할 힘이 없고 반대로 신령에게 끌려 다니는 입장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자아가 없어져 버린다는 말은 비례적으로 깊은 트랜스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을 시사함을 알수 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쌓아지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신에게 끌려가 버린다” 라고 답하는데 이는 빙의시의 자의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게 된다는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숙련된 무당은 “내의식은 있으나 신의 의지를 전할 뿐이다” “신은 신이고 내의식은 명확하다” 등 의식儀式을 사제하고 있는 영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태도가 명확해 짐을 알 수 있다.

 

트랜스퍼스널 사이컬러지에서는 깨달음 체험을 자기초월 체험이라고도 한다. 사실 명상하는 사람중에는 트랜스를 경험하면서 자기초월을 체험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 들어갔을때 이를 바른길로 안내해줄수있는 가이드가 없으면 자신을 상실해 버릴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말하자면 트랜스 상태에서 자기를 초월하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환각이나 망상에 시달리게 되고, 현실과 공상을 구별할 수 없게 되거나, 정신을 잃는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 초월은 커녕 혼동과 자아상실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샤먼이 트랜스의 달인이라고 하는 말의 깊은 의미는 트랜스 상태에 빠져있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이비 무당들이 아닌 자신의 의식을 바라볼 수 있는 진정한 (authentic)한 샤먼은 진정한 수행자인 것이다. 인간의 의식체험 가운데서도 깨달음의 순간, 종교적 신비체험, 의식 초월등의 체험등은 사람의 정신적 성장의 지표로 삼는다. 깨달음이란 결국 자아를 상실하는 일 없이 자기를 초월하는 것이며, 비일상적 의식과 일상적의식 일견 상반되는 정신세계의 균형을 잡아 생활 속에서 자기 초월적 경지의 삶을 사는 것이라 말할수 있게다.

 

우리는 돈이라는 아귀와 권력과 명예라는 욕구에 빙의되어 제어하지 못하고 실의와 혼동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무엇이 광기이며 무엇이 이성적의식인것인가? 일반적인것만이 정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우리의 관점은 옳은 것일까? 생각해 본다.

 

참고자료

 

박선희, 1999, 성무과정에서의 무당의 심리특성, 한국샤머니즘 학회, 샤머니즘 연구 1권 pp227-249

 

정인석, 2009, 트랜스퍼스널 심리학 대왕사

 

https://www.youtube.com/watch?v=SizS1nOOeJg Interview With John Nash's Schizophrenic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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