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3년 만에 실물 금 매입을 재개한다. 이르면 오는 12월 국내에서 생산된 금 1톤 안팎을 사들일 예정이다. 시장가치로 약 2000억원 규모다. 올해 2분기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2억5000만달러어치 매입한 데 이어 실물 금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늦었지만 필요한 방향 전환이다. 국제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의 자산 구성을 다변화하고 안전자산인 금 보유를 늘리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 보유 규모가 주요국 중앙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8월 말 기준 한은의 금 현물 보유량은 104.4톤이다. 장부가 기준으로 전체 외환보유액의 1.1%, 시가 기준으로도 3.4% 수준이다. 세계금협회 최신 자료에서 한은의 금 보유 순위는 전 세계 39위에 그친다. 물론 금 보유량의 순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가운데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면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특히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환경이라면 금의 역할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더 주목할 것은 이번 매입 방식이다. 한은은 국내 금 생산업체의 수출 예정 물량을 사들이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원화로 매입할 경우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도 금이라는 실물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달러를 해외로 유출하지 않으면서 외환보유액의 안전자산을 늘릴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는 외환보유액 운용 측면에서 상당한 장점이다. 외환보유액은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어떤 자산으로 구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원화로 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외환시장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산 구성을 다변화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은 위기 때 국가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그렇다면 그 자산 구성 역시 특정 자산이나 통화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금은 그 자체로 모든 위험을 해결하는 자산은 아니지만, 외환보유액을 구성하는 하나의 안전자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은의 13년 만의 실물 금 매입은 그런 의미에서 방향을 다시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원칙이다. 적정 보유 규모와 매입 기준을 투명하게 세우고 시장 상황에 따라 꾸준히 금 보유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금 1톤을 샀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13년 만에 다시 금을 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제는 ‘얼마나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