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보수’라는 말 뒤에 가려진 숫자들

시사1 박은미 기자 |  “무보수 봉사.”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방송에서 자신의 위원장직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연봉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였고, 당시 방송에는 ‘월급과 차량 모두 거절’이라는 자막까지 붙었다. 그러나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 예산 지급 내역을 들여다보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배현진 의원실이 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진영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약 200만원의 직책수행경비를 지급받았고 별도의 업무추진비 카드와 해외출장에 따른 국외여비 및 수행인력 지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배현진 의원이 문제 삼는 지점은 단순한 액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연봉을 받지 않는다’는 표현과 실제 국가 예산 집행 사이에 국민이 혼동할 만한 간극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국가 예산을 쓰는 기관의 장이 국민에게 없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보수’라는 단어의 정의다. 연봉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무보수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국가 예산에서 매달 직책수행경비를 받고, 업무추진비와 출장비까지 지원받는다면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를 흔히 말하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않는 봉사’와 같다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말싸움이 아니라 숫자의 공개다. 얼마를 받았는지, 어떤 항목으로 지급됐는지, 해당 비용의 법적·행정적 근거는 무엇인지, 다른 국가위원회와 비교했을 때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를 공개하면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다.

 

배현진 의원이 국정감사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그는 정부 지원 케이팝 축제 ‘패노메논’의 상표권을 박진영 위원장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출원한 점을 문제로 제기하며 관련 절차를 따져보겠다고 밝힌 바다.

 

두 사안은 각각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다. 공적 업무와 민간 사업의 경계가 얼마나 명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면 위원장의 보수·경비부터 민관협력 사업의 권리와 절차까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이 필요하다.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음 문제다.

 

이제 공은 국정감사장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