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줄줄 새는 ‘나랏돈’…‘700억 행사’에 ‘6조 사업’ 모두 말썽

시사1 윤여진·박은미·김아름 기자 | 국제행사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유족수당, 국가 차원의 대형 산업 프로젝트까지 예산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수백억원이 투입되는 국제행사의 홍보·공연 연출을 두고 완성도 논란이 불거지는가 하면, 지방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미 편성한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사례도 나왔다. 내년도 1조5000억원이 편성된 대형 반도체 사업에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예산 산출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고개를 들었다.

 

◆ 703억 여수 국제행사, 홍보영상·공연 연출 논란 =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이달 5일 개막해 내달 4일까지 여수 돌산 진모지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30개국 참여와 관람객 300만명을 목표로 마련됐으며 총사업비는 703억원 규모다.

 

그러나 행사 운영 과정에서 홍보와 공연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여수시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너는 나의 섬박람회 희망이야’라는 문구와 함께 흰 천을 둘러쓴 인물 5명이 유령을 흉내 내는 홍보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엔 유령으로 분장한 출연자들이 박람회장 주변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소개하고 노을을 감상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령 분장과 바오밥나무가 박람회의 주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고, 지자체 공식 홍보영상으로 보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빗발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행사장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공연 무대도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1만4900원짜리 간장게장 백반을 두고는 양이 적다는 반응이 나왔고 지난 15일 열린 ‘거문도 뱃노래’ 공연에서는 1톤 트럭 적재함에 천과 돛을 달아 배처럼 꾸민 무대가 마련돼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 전주, 동학농민혁명 유족수당 예산 전액 삭감 = 지방재정 문제를 둘러싼 예산 논란도 발생했다. 전북도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자녀에게 매년 120만원의 유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북도내 유족 723명을 대상으로 올해 8억6800만원을 투입하고 도와 시·군이 3대7 비율로 부담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 족이 가장 많은 전주에서는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전주시의회는 16일 2026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수당 예산 1억1214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시는 올해 말 지방채 잔액이 6841억원, 관리채무비율이 2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난을 이유로 시청 공무원 2300여명의 상반기 성과상여금 40억원 지급도 내년 1월로 미룬 상태다.

 

당초 전주시는 연 60만원 지급을 전제로 관련 예산을 편성했고, 9월부터 유족 신청을 받아 11~12월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올해 지급은 어려워졌다.

 

예산 삭감 소식에 일부 유족들은 전주시의회와 전주시청을 찾아 항의했다. 전주시는 앞으로 도와 시·군의 분담 비율을 5대5로 변경할 수 있는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전북도는 전주시가 자체 대책안을 마련하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6조원 호남 반도체 사업, “세부 계획·산출근거 부족” = 국가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사업계획과 예산 산출의 구체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광주·전남 서남권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6조원을 전액 국비로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1조5000억원이 편성됐다.

 

내년도 예산은 반도체산업 조사·분석 및 지원시책 300억원, 클러스터 및 산업기반시설 조성·운영 1조원, 기업 및 입주기관 지원 2000억원, 기술개발 및 산업생태계 육성 2000억원, 전문인력 양성·확보 700억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각 항목에서 실제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와 예산이 어떤 기준으로 산출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정부 역시 예산 설명자료에서 해당 세부 항목을 현재까지의 수요조사와 기업수요 파악 결과 등을 참고한 ‘활용 예시’라고 설명하면서 개별 사업의 지원 여부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기초단체 정무직 공무원을 지낸 여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최근 호남 전역에서 발생한 논란의 공통점은 혈세와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사례들을 통해 예산의 규모 자체보다 돈이 어떤 절차와 기준을 거쳐 편성되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