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장기화에 유가 충격 확산…글로벌 공급망 흔든다

시사1 김기봉 기자 | 미국 주도의 이란 전쟁 여파가 중동 주요 원유 공급망으로 번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차질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과 석유시설까지 잇따라 공격받으면서 원유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는 사우디 동서 송유관이다. 약 1200㎞ 길이의 이 송유관은 걸프 지역에서 생산한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홍해 연안으로 운송할 수 있는 핵심 대체 경로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커질 경우 원유 공급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지난 10~11일 이라크에서 출발한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문제는 복구 기간이다. 미국 에너지장관은 ‘송유관이 며칠 안에 복구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위성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석유 인프라 자문가 앤드루 리포우는 “송유관 피해가 상당한 수준”이라며 “수리에 한두 달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위성사진에서도 최소 두 곳의 펌프장이 크게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상 운송 문제가 아니라 원유 공급망 전반의 차질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걸프 지역과 러시아의 정유시설 곳곳이 공격받은 상황에서 원유 공급까지 줄어들 경우 시장 충격이 겹칠 수 있다.

 

연료 가격에도 이런 불안이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16일 기준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37달러, 경유는 6.31달러까지 올랐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휘발유가 6.04달러, 경유가 8.27달러를 기록했다. 중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정유공장 정전까지 겹치며 하루 만에 휘발유 가격이 30센트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급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잇따른다. 공급 불안을 키우는 것은 송유관만이 아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으며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16일에는 사우디와 후티간 교전도 격화됐다.

 

결국 현재 에너지 시장의 위험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느냐’에만 달린 게 아니다. 해협 우회로인 사우디 송유관과 홍해 항로, 정유시설까지 동시에 불안해지면서 대체 공급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충격이 훨씬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