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더욱 굳혔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은 전분기보다 63.4% 증가한 60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고, 시장 점유율도 39.4%로 높아졌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4.9%로 내려가면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14.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다시 커졌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단 이번 결과를 단순히 ‘삼성의 완승’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2분기 매출이 전분기보다 65.5%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23.3%로 높아졌다.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불과 1.6%포인트다.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지키는 사이 2위와 3위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성장 배경이다. 이번 D램 시장 확대를 이끈 것은 대규모언어모델 학습과 인공지능 추론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였다. 결국 앞으로의 메모리 경쟁은 단순히 물량을 많이 생산하는 싸움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고성능·고부가가치 메모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하느냐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HBM4 조기 양산 등을 통해 출하량 확대에 나선 것은 이런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경쟁사 역시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점유율 우위가 장기적인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급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가 낮은 수준인 상황에서도 2분기 출하량 증가 폭은 크지 않았고, 3분기에도 공급 확대가 제한될 전망이다. 가격 역시 상승세는 이어지지만 고용량 제품에서 저용량 제품으로 일부 수요가 이동하고 PC·스마트폰 업체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상승 폭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장에서는 설비 투자와 공정 전환의 속도, 제품 구성의 고도화가 모두 중요하다. 특히 선단 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능력 확대 폭이 제한적이라면 제한된 생산능력을 어떤 제품에 배분할 것인지가 기업의 실적과 시장 지위를 좌우할 수밖에 없다. D램 1위라는 숫자는 자랑스러운 성적표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에서는 어제의 1위가 내일의 1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재의 우위를 지키는 방어가 아니라 다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격적인 준비다.








